[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휄체어를 타고 등장한 김구림(87) 작가. 실험정신으로 숱한 화제를 남긴 그의 작품이 내일(2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가 시작된다. 230여점의 작품과 60여점의 아카이브를 통해 김 작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24일 오전 심장박동기를 달고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김 작가는 “아방가르드 작가라 하는데 그런 작품은 없다. 파격이 없다. 미안하고 죄송하다. 고리타분한 것만 보여드려서”라며 “오늘 설치 자체도 하지 못하고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연락도 없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광목으로 묶어 구태의연한 미술계에 쓴 소리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미술관 측은 등록문화재여서 어려움이 있고 구현된다 해도 시간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작가 뜻이 관철되지 못했지만 그의 생애 주요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 최초 일렉트로닉 아트인 '전자예술A'를 만날 수 있다. 원작은 찾을 길이 없는데 1968년 남긴 드로잉을 바탕으로 2013년 개인전(서울시립미술관)에서 다시 재현한 것이다.
또 '현상에서 흔적으로' 작품에서 플라스틱 트레이에 얼음이 녹는 작품도 볼 수 있다. 얼음 위에는 트레싱지가 놓여있다.
음과양 연작은 그의 대표작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대표 작품 외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해를 비판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신작 ‘음과 양.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이밖에 판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킨 작품 ‘걸레’도 전시된다. ‘제3회 동아국제판화비엔날레’에 비슷한 제작방식으로 작품을 출품했다 운영위원회가 판화 범주에 대한 이견으로 반발하면서 출품이 거부되기도 했다.
김구림 작가는 미술 외 연극·영화·무용·음악 등을 시도해 ‘총체예술’ 작가로 평가받는다. 김구림의 공연은 MMCA다원공간에서 오는 9월7일 오후 2시 볼 수 있다. 비언어적 소통의 방식을 추구했던 작가의 실험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미술대학을 중도에 포기한 이유는 2차원에 담는 기존 (미술) 방식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설치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