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99 초전도체, 황우석 '복제배아줄기세포'와 닮은 꼴?
LK-99 초전도체, 황우석 '복제배아줄기세포'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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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기대 모았지만, 허무한 결말에 범법행위 포착 '신화의 몰락'
LK-99, 국내외 학계서 "초전도체 아니다"···검증위 조사 결과 주목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 (사진=김현탁 박사 유튜브 캡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 (사진=김현탁 박사 유튜브 캡처)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꿈의 물질'이라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가 우리나라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는 소식에 전 세계 학계와 산업계가 주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뢰성에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LK-99가 2004년 황우석 박사의 복제배아줄기세포 세계 최초 개발 사건과 유사한 '사기극'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LK-99는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지는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파스칼 푸팔 박사가 이끄는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은 LK-99의 순수한 단결정 합성에 성공했고, LK-99 단결정은 초전도체가 아니라 절연체임을 밝혀냈다고 네이처지는 전했다. 연구팀은 LK-99의 초전도 유사현상에 대해 제조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인 황화구리로 인한 것으로 "초전도 존재를 배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국내에서 LK-99 검증에 들어간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는 "LK-99 제조공정에 따라 불순물이 포함된 시료 및 불순물이 최소화된 단결정 시료를 일부 제조했다"면서도 "확보한 재현시료의 특성을 측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측정 결과는 없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검증위가 다음달 초쯤 LK-99의 초전도체 진위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중국 후아종 과기대가 "LK-99 논문에서 밝힌 특성과 유사한 전기저항과 자기특성이 나타났으나 이는 반도체 특성이 우세한 물질이라고 판단했다"며 "불순물이 없는 단결정 시료의 측정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LK-99에 대한 학계 반응이 부정적으로 기울면서 LK-99 논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증위 관계자는 "LK-99와 같은 조성 및 구조를 가진 시료의 제작을 통한 검증이 상온초전도체임을 최종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연구진이 퀀텀에너지연구소의 LK-99와 동일한 시료를 제작해 논문의 실험 결과와 동일한 특성 값이 측정된다고 하더라도, 상온초전도체라 보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진=넷플릭스 캡쳐)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진=넷플릭스 캡처)

LK-99의 이 같은 상황은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복제배아줄기세포 사건과 닮아있다. 황 전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지에 인간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또 이듬해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11종을 만들었다고 발표하며 전 세계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황 전 교수는 제럴드 새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에든버러대 이언 월머트 교수와 협력하며 한국에 줄기세포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MBC ‘PD수첩’이 황 전 교수의 난자매매 의혹을 방송하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 줄기세포 조작 의혹이 확산되면서 황 전 교수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진상조사에 나섰다. 조사위는 2006년 1월 황 전 교수가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지 못했고 논문이 조작됐다고 밝히면서 황 전 교수의 신화는 막을 내리게 됐다. 

LK-99와 배아줄기세포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모은 기술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상온 초전도체인 LK-99는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안을 해결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세간의 요구가 간절한 만큼,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연구결과가 가짜라는 게 밝혀지면 그만큼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배아줄기세포는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으로 마무리됐음에도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LK-99에 대해서도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지만, 자원난을 해결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전히 관련 주식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현재 LK-99는 아직 검증단계인 만큼 줄기세포와 같은 결말이 날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재까지는 연구과정과 결과에서 부정행위나 범법성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LK-99를 만든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소장의 모교인 고려대의 연구진실성위원회는 LK-99 논문에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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