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도 밀렸다"···5위로 추락한 우리금융, M&A 속도내나
"농협에도 밀렸다"···5위로 추락한 우리금융, M&A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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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상반기 순익 1조5386억···농협금융이어 5위
은행 순익 전년比 5.3%↓···'비은행 자회사 열세' 원인
투자 여력에도 "마땅한 매물 없어"···속도조절 불가피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점. (사진=우리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 28일 임직원 약 500여명이 참석한 '2023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실적 쇼크로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발언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1조47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뒷걸음질했다. 이는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실적이다.

우리은행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지주 역시 자연스레 역성장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들었는데, 실적이 전망치보다 나쁜 '어닝쇼크'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NH농협금융지주(1조7058억원)보다도 순위가 뒤처졌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금융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비은행 계열사가 빈약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꼽는다. 타 금융지주처럼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도 증권사를 우선적으로 인수합병(M&A)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나, 매물 찾기가 어려워지자 '장기적 관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모양새다.

◇우리금융, 은행 의존도 96%···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8473억원) 대비 3.78% 늘어났다. KB금융이 2조9967억원으로 신한금융(2조6262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은 2조209억원을 기록, 반기 최초로 순이익이 2조원을 돌파했다.

유일하게 순이익이 두 자릿수(12.6%↓) 역성장을 나타낸 우리금융(1조5386억원)은 1위인 KB금융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NH농협금융(1조7058억원)까지 5대 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히면 순위는 5등으로 밀려난다.

비은행과 비이자이익이 각 사의 희비를 가른 가운데, 금융지주들의 은행 의존도는 한층 높아졌다. 이들 지주가 은행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8조969억원이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은행 당기순이익 비중이 약 96%에 달한다. 이어 △하나 91% △농협 73% △신한 64% △KB금융 62% 순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대체로 은행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주 순이익이 낮은 경향을 보였는데, 은행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의 경우 실적을 책임질 은행 성적이 부진한 데다 이를 보완할 증권·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가 부재한 탓에 타격이 컸다는 평가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경쟁사 대비 대손비용 관련 영향을 높게 받은 것은 보험 손익, 트레이딩 등 비은행 계열사 부재의 영향"이라면서 "우리금융이 보유한 여전사·종금사 등이 모두 여신 중심의 금융사로, 경기 둔화 국면에서 충당금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증권, 보험 등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M&A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 95.59%···"서두르지 않고 장기적 관점서 추진"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4월 취임 후 첫 실적발표회에 등판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를 우선 순위로 하고, 보험사를 차순위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M&A에 나설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금융사의 M&A 여력은 이중레버리지비율로 가늠할 수 있는데, 우리금융의 올 2분기 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5.59%에 그친다. 현재 금융 당국이 권고하는 130%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그만큼 규제 마지노선에 비해 여유로운 출자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의 출자여력은 8조2000억원 정도다.

문제는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을 뿐더러 우리금융의 M&A 대상으로 분류되는 곳 중에선 매물의 몸값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점이다. 매물 찾기가 어려워지자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속도를 내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살펴본 후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M&A에 나서려는 기류가 읽힌다. 다만 일정이 지연되는 만큼 실적 악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지난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증권사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적정한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량 매물 물색과 동시에 다각적 증권업 진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은 필연적인 수순이지만,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등 증권사 잠재 리스크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종금·우리벤처파트너스 완전자회사 결정, 대규모 비용처리를 통한 자산클린화 작업 등으로 미뤄볼 때 우리금융도 올해는 외형확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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