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EV9 등 현대차·기아 주요차종 품질 불만↑···'품질경영' 이상신호?
그랜저·EV9 등 현대차·기아 주요차종 품질 불만↑···'품질경영'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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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출시 반 년만에 시정조치·무상수리 10건 이상
이달 출시한 EV9, 특정 속도서 앞 유리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소비자 품질 불만 목소리 다시 커져
신형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선대(정주영) 회장께서 가장 중시했던 것이 바로 품질입니다.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지더라도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임직원 대상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이듬해 뉴욕오토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품질 화두를 꺼내들며 "품질 경영으로 소비자 불편을 없애겠다"고 했다. 지난해 도요타, GM에 이어 세계 판매량 3위 자동차 제조사로 뛰어오른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품질'이 최우선이라는 게 정 회장 판단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그룹의 시그니처 차량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 모델들이 잦은 제작 결함으로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어 '품질 최우선'이라는 그룹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신형 그랜저, 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신형 쏘렌토, 전기차 EV6 등 현대차·기아의  5가지 주요 차종의 지금까지 시정조치·무상수리(리콜) 합산 건수는 80건에 육박한다.

세부적으로 신형 그랜저 14건, 아이오닉5 17건, 아이오닉6 8건, 신형 쏘렌토 26건, EV6 13건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차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7세대)다. 출시 반 년만에 10건이 넘는 리콜을 실시했다. 올해 1월 2.5 GDI 모델 4818대에서 정차 시 기어가 D단에서 P단으로 저절로 바뀌며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에도 다양한 제작결함이 잇달아 발견됐다.

최근에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1만4316대에서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오설정으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5% 미만 경사로에서 후방 밀림이 발생해 리콜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일부터 하이테크센터와 블루핸즈 지점을 통해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해 브레이크 시스템 경고등 점등 현상 개선을 위한 추가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제어기 소프트웨어 오설정으로 보조 제동력 반영이 미흡했다"면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5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V9 (사진=기아)
EV9 (사진=기아)

전기차 제작 결함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아가 이달 출시한 EV9은 '앞 유리 떨림 현상'이 소비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EV9은 운전석 옆 유리를 살짝 내린 채로 시속 90~160km 사이를 달리면 앞 유리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소비자 불만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아 관계자는 "EV9처럼 각진 앞 유리 형태를 지닌 모든 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장시간 시험 주행을 한 결과, 앞 유리가 파손되지 않았고, 유사한 사례로 파손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정의선 회장이 경영 지휘봉을 본격적으로 잡은 2020년 이후, 품질 측면에서 굉장히 진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동안 현대차와 기아 차량에 대한 품질 불만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현대차와 기아 신차는 결함이 모두 잡힌 1년 후에나 사야 한다", "베타 테스터가 되지 싶지 않으면 나중에 사라", "멀쩡한 신차는 뽑기를 잘 해야 한다" 등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던 품질 불만들이 다시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신형 그랜저와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EV9가 모두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이라면서 "이 모델들의 결함은 브랜드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품질 최우선 경영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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