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 폭탄 터지나···리스크 관리 필요성 대두
대형건설사, 미청구공사 폭탄 터지나···리스크 관리 필요성 대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요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향후 미청구공사가 부실화해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자본 여력이 충분한 대형건설사들은 당장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재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시공능력 10대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한 해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13조03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0조7373억원) 대비 21.4% 늘어난 규모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대금 가운데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미수채권을 포함하고 있는데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과 DL이앤씨를 제외한 모든 업체의 미청구공사가 확대됐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미청구공사 규모가 9889억원으로 전년(5736억원) 대비 72.4% 늘어나 10대 건설 중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환경·건축부문 미청구공사가 확대된 영향이다. GS건설은 건축·주택부문 미청구공사가 늘어나면서 전년(9488억원) 대비 60.3% 증가한 1조5212억원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광주 사고 여파로 전년 대비 43.2% 증가한 9104억원의 미청구공사를 보유했다.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미청구공사 규모는 각각 1조3324억원(27.8%↑), 1조2053억원(26.3%↑), 1조2269억원(24.0%↑)으로, 전년 대비 25% 수준 증가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미청구공사 규모는 전년보다 16.6% 늘어나 증가폭은 10%대지만 규모로만 놓고 봤을 때 2조4031억원으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특히 문제는 미청구공사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건설사들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을 제외한 9곳의 미청구공사는 작년 누적 금액보다 최소 5~7%(대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산)에서 최대 65%(삼성물산)까지 늘어났다. GS건설은 1조5212억원에서 1조2298억원으로, 유일하게 19% 가량 줄었지만 최근 발생한 검단신도시 신축공사 붕괴사고로 미청구공사 규모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주택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현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 부실화 우려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방에서는 대규모 청약미달 사태가 여전해 향후 미분양이 확대되면 공사비 회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동성이 떨어지고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형‧중견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능력 109위 대창기업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창기업은 부채비율이 408%에 달하는 데다 전국 53개 현장에서 공사미수금 미청구금액만 506억원으로 불어나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가 과도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고금리 여파로 주택사업이 위축된 가운데 대부분 수익성도 악화해 재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택사업에 주력했던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8.3%, 20.2%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대폭 하락했다.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1~3%대 성장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건설경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잠재적 부실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청구공사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의 경우 미분양 되면서 자기자본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건설사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들어 수도권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뚜렷한 반등 조짐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건설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재무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