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금리차 1.75%p '역대 최대'···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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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ed, 기준금리 0.25%p 인상···기준금리 5~5.25%
환율 연고점 경신, 물가상승 압력 등은 금리 인상 지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경기침체 우려 등은 동결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한미 금리차가 역대최대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하며, 금리인상 압력을 재차 높이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진행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5.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금리 인상으로, 금리 수준 역시 지난 2006년 6월~2007년 9월(5~5.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긴축이 적절할 수 있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고, "향후 추가 정책 강화 정도는 경제·금융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6월 FOMC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시장내 고조되고 있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금리 인하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금리차 '역대 최대'···동결 택한 금통위, '좌불안석'

문제는 벌어진 한미금리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로, 양국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는 역대 최대 금리차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시사한 바 있다.

기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미금리차를 1%포인트 내외로 관리해왔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양국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본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원화 가치를 낮추고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소비자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342.1원으로 마감,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23일(1351.8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올해 달러 가치가 1.27% 가량(2일 기준) 하락하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가 반등한 가운데, 원화는 6%나 절하되며 홀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무역수지가 2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무역적자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 등에 기인하지만, 원화가치 하락에 의한 수입물가 상승 압력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3월 국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6%나 급감한 반면, 수입액은 6.4% 감소에 그치며 무역적자를 확대시켰다. 지난달 수출·수입 감소폭은 14.2%, 13.3%까지 좁혀졌지만, 이마저도 국제유가 하락세 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25.8%나 급감한 결과일 뿐 원화 약세에 기반한 수입물가 상승세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에서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고 언급된 가운데, 일부 금통위원들은 금리인하를 선반영하면서 낮아진 시장금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한은은 물가가 2%를 향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엔 '부정적'···연내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

다만 이 같은 우려에도 한은 금통위가 이달 25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금리인상의 주된 원인인 물가상승의 압력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전월 대비 0.5%포인트나 낮아진 것으로, 물가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환율 역시 금리 동결을 지지한다.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25.9원으로 전장 대비 12.3원이나 급락했다. 이는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연준의 완화적 태도에 기인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91%가 다음달 금리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일 대비 8.2%포인트 오른 수치다. 또한 49.7%가 7월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등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후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8048%로 전장 대비 3.95% 하락 마감했으며, 달러인덱스는 100.85선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고환율이 양국간 금리격차 및 통화정책 전망에 기반한 만큼,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며 환율이 안정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두차례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1년 반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적된 영향을 평가할 적기"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 압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266억8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6억1000만달러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2개월 연속 상승세로,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유로·파운드화 등의 달러환산액 증가에 기인한다. 세부적으로도 예치금이 크게 증가하는 등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도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5월 금통위에서 연내 피벗(정책선회)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높은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대내외 경기침체우려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긴축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으며, 금리 상승여력도 제한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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