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강제징용 배상금 사실상 韓기업이 대신 내기로 합의
정부, 日강제징용 배상금 사실상 韓기업이 대신 내기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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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6일 양국 재계 단체 통해 '미래청년기금' 공동 조성안 발표 예정
일 전범기업들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지만 한국 기업이 사실상 징용 배상
민주당 "최악의 굴욕적 외교, 한국 법원 판결을 스스로 무력화시켜" 비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과 면담을 마친 뒤 면담 결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과 면담을 마친 뒤 면담 결과를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승룡 기자] 한일 양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금을 양국 재계가 공동 조성하는 기금을 통해 지불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제 강제징용에 따른 피해 보상금을 왜 한국 기업들이 나눠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관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6일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 이를 통해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을 대상으로 판결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변제금을 대신 지불하는 방식(제3자 변제)의 한일 협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이 게이단렌에 일정 부분 기여금을 낸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배상액 대부분을 국내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을 통해 변상하는 방안에 양국 정부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본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며,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른 변상금 지불을 거부해왔다. 

4년 넘게 배상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일본이 자국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꼼수를 내놓기도 했고,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등 양국 간 치열한 물밑 싸움이 전개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일본과의 관계 전면 개선을 내걸었고,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관계 개선을 타진할 수 있다는 입장에 따라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일본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협의해왔다.

한국 정부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자금을 일본으로부터 받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배상금을 지불하되, 일본 미쓰비스 등 전범 기업도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왔고, 최근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재계가 공동 출연하는 이른바 '미래청년기금'은 한일 경제 발전을 위한 교류,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 양국 청년 지원 등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일본 강제징용 배상금 판결에 대한 제3자 변제를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한국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받아 배상금을 일본 기업 대신 지불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재단이 우선 배상금을 변제하고 추후 구상권 청구를 통해 미래청년기금에서 변제한 금액을 돌려받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이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변제를 사실상 대신하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표명하는 쪽으로 양국 외교당국이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양 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98년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공동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일본은 당시 공동선언에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징용 피해 배상금을 내면 일본 정부가 과거에 발표된 담화문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대신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치욕적인 '외교 굴종' 수준의 해법을 내놓은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 대법원이 판결한 것을 한국 정부 스스로가 뒤집고, 자국민 징용 피해 보상을 자국 기업이 대신하는 역사적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굴욕과 무능으로 점철된 일본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윤 정부가 일본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과 일본 정부의 간접사과를 강제징용 해법으로 발표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외교사에 최악의 굴욕 외교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2018년 한국 대법원은 일본 가해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근거로 해법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가 나서서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가해국이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국이 해법 찾기에 분주하더니 일본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3.1절 104주년 기념사에서 일제 식민지 침략을 우리 책임으로 돌리더니,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 기업들의 재원 출연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와 계류 원고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14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우선 출연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2012년 100억원 출연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60억원을 출연한 포스코는 나머지 40억원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정부의 공식 요청을 받으면 출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윤 대통령이 오는 3월 말쯤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양자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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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5 17:41:22
결국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자본으로 낸다는거 아닌가? 대체 왜 그래야하는거죠? 어이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