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부장 수출규제 해제해도 "득 될 것 없어"
日 반도체 소부장 수출규제 해제해도 "득 될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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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4년, 주요 소재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 완료
日 소부장 기업, 韓 직접투자 진행 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오는 16일쯤 한일 정상회담이 진행됨에 따라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가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반도체 주요 소재의 국산화와 함께 국내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업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에 방문한다. 방문 기간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앞서 한일 관계는 우리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한 후 경색됐다. 이후 2019년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정부가 징용 배상을 일본 전범 기업 대신 국내 기업이 지불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면 해제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정부는 WTO 제소를 중단하면서, 이후 협의를 통해 이르면 2분기부터 규제가 해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의 규제 해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크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4년의 규제 기간 동안 불화수소와 폴리이미드는 이미 국산화에 성공했고,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후 반도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워낙 강자이다 보니 오히려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들어와서 직접 투자를 늘렸다"며 "일본도 국내 기업의 반도체 소재 수출 신청을 할 때, 결과적으로 다 받아줘서 4년 동안 큰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부장은 특성상 제조 기업 근처에 공장을 둬, 오히려 규제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한국으로 직접 투자를 한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규제 해제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로에 가깝다"며 "만약 현재 대체되고 있는 소재가 있다면, 규제가 해제된다고 갑작스럽게 한국 기업 것을 일본 기업으로 바꾸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 해제로 소부장 기술 국산화 지원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소재산업 국산화에 이어가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국산화 등이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부장 국산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국의 냉각 관계 완화로 개별 기업 간 협력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업계의 긍정적 영향이 작용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가 함께 일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오는 17일 양국 기업인들의 간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조성한다. 

이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또다른 협력 창구를 만들어질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반도체 제조 공정에 많이 활용되는 PFA(perfluoroalkoxy, 퍼플루올로알콕시)의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 소재는 불소 수지의 한 종류로 미국과 일본을 통해 주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안은 없지만, 소재 사업과 관해 일본과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면 연구개발(R&D)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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