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vs 신한, '맞수'(?) 경쟁 '점입가경'
우리 vs 신한, '맞수'(?)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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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곳곳에서 '경쟁구도'
우리銀 '민영화' 또 다른 변수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은행권의 최대 맞수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조짐이다. '진정한 경쟁상대는 신한'이라며 우리-신한 경쟁에 불을 지폈던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정부의 재신임에 실패하면서 은행장에서 중도 하차했지만,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가 또 다른 뇌관으로 등장했다. 최근 내정된 이팔성 우리금융회장 후보 역시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영업통'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리-신한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신한, '말로만'(?) 내실경영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쟁구도는 은행지표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이후 줄곧 '공격경영'을 내세웠던 우리은행과는 달리 신한은행은 '내실경영'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신한은행 역시 내실보다는 외형확대에 주력해 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기준 우리은행의 총자산은 236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17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40% 가량 많은 24조원의 자산을 늘렸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232조원으로 자산격차도 4조원으로 좁혀졌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총자산이 14조원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쟁 은행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면 규모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자산확대 움직임이 신한은행의 경영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급격한 자산증가에 따른 후유증이 오히려 신한은행이 크다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의 경우 우리은행은 2.40%로 전분기 대비 0.06%p 하락한 반면 신한은행은 2.18%로 0.12%p 크게 하락했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오히려 자산확대에 치중했다는 방증이다.
신한-우리 경쟁구도의 결정판은 카드 부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모회사인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하면서 국내 카드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말 기준 유효회원 1300만명, 총자산 17조원으로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통합 이후 출시된 '러브카드'는 출시 5개월만에 100만좌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제동을 건 곳이 우리은행이다.
이른바 박해춘 카드로 불리는 '우리V카드'는 출시 이후 역대 최단 기간인 4개월만에 100만좌을 돌파했으며, 11개월만에 260만좌를 돌파했다. 우리은행의 시장점유율 역시 우리V카드의 인기에 힘입어 1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해춘 전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카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10 프로젝트(2008년말 시장점유율 10%초과 달성)'를 목표로 내걸며 카드영업에 주력해 왔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LG카드 인수에 쏟아부은 신한으로선 우리은행의 행보가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 일각에서 박 행장에 대한 정부의 불신임의 이면에 '신한의 힘'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민영화' 최대 화두로 등장
우리은행 CEO가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상표권 분쟁에서도 우리-신한의 경쟁구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중순 신한은행을 포함한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리'라는 상표에는 식별력이 없다"며 법원에 상표소송을 제기했고, 우리은행은 "상표사용이나 영업활동에는 아무런 영향과 지장이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상법, 은행법상 우리은행이란 상표의 권리보호엔 문제가 없으며,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다른 법률에 근거해 재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입장이다. 결국 무의미한 소송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들이 무의미한 소송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특정 은행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상표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대학고객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은행의 대학고객은 연세대와 성균관대를 포함해 총 27개이며, 신한은행은 이보다 적은 22개 대학이다.
국민은행 7개, 하나은행이 11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신한의 경쟁구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특히 올 초 12년간 우리은행의 고객인 중앙대학교가 공개입찰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006년 서강대를 우리은행에 뺏겼던 신한은행이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 초 중앙대가 공개입찰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현재까지 학교측의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행장의 중도 퇴임으로 우리-신한의 경쟁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경영상의 최대 화두가 '민영화'와 이를 위한 '시너지 효과'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금융 회장에 내정된 이팔성 후보는 "다른 금융회사와는 달리 우리금융은 시너지가 떨어지고 있어 시너지 효과에 신경을 쓸 것"이라며 80%에 달하는 은행 의존도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6대 4에 가까운 은행-비은행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신한지주의 수익모델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지주는 우리, 신한, 하나, 한국 등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선 비은행 부문의 수익 확대가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경쟁회사인 신한지주와의 경쟁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자산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돼 있는 우리금융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뜻을 밝혔다.
지난 3월말 현재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307조4천억원으로 신한지주(304조2천억원)보다 많지만 시가총액에서는 5월 30일 현재 15조6천억원으로 신한(20조4천억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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