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에 카드수수료 반영, '적법'한가?
보험료에 카드수수료 반영, '적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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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로 일괄 적용, 카드 미결제자도 공동 부담
당국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어"…판단 ‘애매’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현재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게 보험료 카드납부를 강하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보험사들은 자동결제가 되는 방식이 아닌, 매월 고객이 직접 지점 등을 방문해야 결제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방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상품은 자동결제도 가능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동결제가 훨씬 편의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경우 보험료에 카드수수료가 일부 반영된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3%를 넘나드는 카드수수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업비에 이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연금저축보험은 계속보험료를 자동으로 카드결제할 수 있도록 한 대신 보험료에 카드수수료가 일부 반영됐다. 롯데손보는 차후 출시하는 상품들도 자동 카드결제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의 모든 상품이 일괄적으로 자동 카드결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 상품을 자동 카드결제가 가능케 하려면 수수료를 보험사가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출시될 상품들의 경우 사업비에 수수료를 일정 부분 반영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상품의 경우 카드수수료가 보험료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며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보험사에 돌아오는 이익이 1~2%밖에 안 되기 때문에 3% 내외의 카드수수료를 회사가 모두 부담할 경우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수수료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19조 3항의 ‘신용카드가맹점은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애초에 상품 인가를 받을 때 사업비에 대한 부분을 심사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카드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해당 고객에게 전액 전가한 것이 아니라 사업비라는 총체적 항목으로 일괄 적용된 것이기에 여전법 위반이라고 보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원회 보험과 관계자는 애초에 사업비에 카드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고 말했다. 수금비의 경우 2.5%로 그 할당량이 적어 3% 내외인 카드수수료를 커버하기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로 카드수수료 전액이 사업비에 부과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은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의 보험료 반영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감독당국 실무자들도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카드수수료의 보험료 반영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사업비를 통해 일괄 반영된 만큼 카드결제를 하지 않는 고객들도 해당 사업비를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계속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카드결제보다는 자동이체가 더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자동이체로 가입한 고객들은 애꿎게 카드수수료를 자신도 모르게 공동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카드수수료를 일부분만 사업비에 부과했다 해도 대부분 고객들이 카드결제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득이 된다. 일괄적으로 보험료는 올랐지만 실제로 카드결제 고객이 적어 수수료가 거의 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애초에 보험료 일괄 카드납부 지시는 금융감독당국이 민원 무마용으로 들고 나온 방안이었기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검토나 현실적인 대책 등은 뒷전이었다. 실질적인 고객의 편의 도모나 효과적인 방책 강구 등은 관심 밖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도록 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또다른 적법성 논란이 대두됐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실 이같은 논란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근했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보험사들이 카드수수료 부담을 사업비로 전가할 것이라는 건 한 치 앞만 내다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일이 터지고 나면 그 때가서 생각하고 수습하는 일처리 방식이 보편화된 한국사회에서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제적 방안까지는 안 바래도 ‘후제적’ 대응만이라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아닌, 눈 크게 뜨고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중론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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