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 '중간점검'- ⑤선진국에 배운다
퇴직연금시대 '중간점검'- ⑤선진국에 배운다
  • 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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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3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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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 공동기획>
 
미국, 퇴직연금이 전체 은퇴시장의 65% 차지
 
▲권병구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 ©서울파이낸스
전세계 국가 중 퇴직연금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한 미국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퇴직연금시장이 가장 발달된 나라로, 그 발자취는 철도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시작한 18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401K가 도입되는 등 130년 이상 유지되는 동안 수차례 개혁을 단행한 끝에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퇴직연금시장은 2006년 말 기준 10조5400억달러로 전체 은퇴시장의 65%를 점하고 있다. 10년 전인 1996년과 비교하면 2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로 인해 기존 퇴직연금에서 이전된 개인퇴직계좌(IRA)의 잔고까지 합치게 되면 실질적인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14조7720억달러(90%)에 이른다. 그만큼 퇴직연금은 미국 국민들의 노후설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형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고용주 기여를 중심으로 한 DB형은 회사 파산시 미적립 채무부분을 PBGC(Pension Benefit Guaranty Corporation)에서 보증해준다.
반면 DC형은 근로자 기여를 중심으로, 대상에 따라 401K, 457, 403B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주종은 401K이다. 이 밖에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Cash Balance Plan', 'Age-weighted Profit Sharing Plan' 등 DB형과 DC형이 섞인 혼합형도 있다.
퇴직연금의 변천사는 미 경제의 굴곡과 맥을 같이한다. 과거에는 근로자 퇴직 후 사망시까지 책임지는 DB형이 주류를 이뤘으나 1970년대 두차례의 석유파동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도산이 잇따르고, 1981년 401K가 등장하면서부터 DC형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퇴직시장 제도별 적립금 비교 ©서울파이낸스
401K의 핵심은 CODA(Cash or Deferred Arrangement) 규정이다. 근로자가 과세소득 중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받거나 자신의 계정에 과세 이전 형태로 갹출하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401K에 갹출하게 되면 발생하는 모든 이익에 대해 과세가 이연되고, 투자성과에 따라 최종급부액이 변동하게 된다. 401K의 적립금은 뮤추얼펀드, 보험상품, 주식, 자사주채권, 예금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이 중 뮤추얼펀드의 비중이 40% 안팎으로 가장 높다.
퇴직연금의 시행은 사용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일단 도입이 되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ERISA)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된다. ERISA에 의해 선임이 강제돼 있는 지명수탁자가 퇴직연금 운영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에서 퇴직연금이 발달한 이유 중 하나가 사업자에게는 법인세 절감, 임금채권보장기금액 경감 등의 혜택을, 근로자에게는 연금자산 운용수익에 대한 소득세 과세이연, 소득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인들은 직장을 구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평가요소로 연봉 이상으로 기업의 복지제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도입된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은 미국 퇴직연금시장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법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공적연금 기여도를 축소하는 한편 퇴직연금을 보편화시키려는 취지 하에 마련한 것으로, 신규 입사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퇴직연금에 자동가입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미국의 퇴직연금이 임의제도에서 준(準)강제화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그동안 가입이 다소 부진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가입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미국 퇴직연금시장 규모 추이 © 서울파이낸스
<권병구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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