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간 쓸개' 다 내주면 우리는?
은행권, '간 쓸개' 다 내주면 우리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권 '신용카드' 보험 '지급결제'
은행, '파생상품'…효과는 '글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내년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험업계와 증권업계는 은행의 주된 업무를 공유할 수 있게 됐지만, 은행들은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효과를 얻기 어려운 파생상품 관련 업무만 추가로 허용됐다. 또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 전문은행도 설립될 예정이어서 수신기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자통법=은행죽이기법'이라는 볼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증권·보험업계 '희색'
자통법은 은행, 증권, 보험의 업권간 업무장벽을 허물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개별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제 1금융으로서의 아성을 지켜왔던 은행들로선 일정부분 손실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업권간 장벽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은행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고유업무마저 다른 업종에 내줄 경우 고객기반이 취약한 중소형 은행들로선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저축은행들의 경우 내년 초 연쇄도산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수신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경우 저원가성 예금의 급격한 이탈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우려로 연쇄도산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에는 희색이 만연하다. 그간의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의 경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지급결제 업무 허용과 함께 신용카드 발급 업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올 초부터 은행권의 수신기반을 위협해 왔던 CMA연계 신용카드 업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증권업계는 벌써부터 실익따지기에 분주하다. 우선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으로 삼성증권과 HMC투자증권을 꼽고 있다. 이들 회사의 경우 이미 모기업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의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CMA가 카드대금 납부 등을 통해 '허브계좌'로 성장할 경우 30조원의 정체된 CMA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보험료의 결제업무가 가능해짐에 따라 연간 93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자산관리서비스와 함께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결제방법 및 상품개발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있다"며 "은행예금보다 금리를 높인 유니버셜보험에 기반한 상품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확대 효과 '미미'
자통법이 은행에 주는 대표적인 선물은 파생상품 업무 확대이다.
현재 법인고객에 제한돼 있는 일반파생상품 거래를 투자목적의 거래까지 확대하는 한편, 신용, 환율, 금리 또는 이들의 복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유가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수익다변화 모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파생상품 업무 확대가 곧바로 은행수익 확대로 이어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업계와 증권사의 경우 지급결제망 구축을 위한 비용 마련이 최대 관건이지만, 파생상품 업무 확대에 있어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좁은 인력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만 고려하더라도 은행보다는 증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며 "사실상 은행은 증권사 및 외국계 금융사와의 경쟁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부문의 경쟁력은 곧 인력에 있는데, 은행들로선 오랜기간 육성했던 인재들마저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들에게 파생상품 업무 확대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일부 은행들은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파생상품 부문의 수익기여도는 전체 은행실적의 5%에도 채 못미친다"며 "매년 5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