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증시, 채권에 눈 돌리는 개미···증권업계 '채린이 모시기'
불안정한 증시, 채권에 눈 돌리는 개미···증권업계 '채린이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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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순매수액 11조 돌파···7~8월만 6조대로 상반기 규모 이미 상회
신한·KB 리테일 채권 판매액 10조↑···月지급식 채권 등 상품 다양화
운용사도 채권형ETF 잇단 출시···'만기 설정' 허용으로 투자수요 늘 듯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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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 공포에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교적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올 들어 급증하며 처음으로 11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의 채권 판매액도 뚜렷한 증가세인데, 채린이'(초보 채권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장외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11조155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3조8000억원), 지난해(4조5675억원) 연간 순매수 규모보다도 두 배 이상 웃돈다. 7월(2조9977억원)과 8월(3조581억원) 각각 3조원에 안팎에 달해, 상반기 투자액을 이미 넘어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 추세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증시가 불안정해지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과거 고액 자산가나 기관 투자자 중심이었지만, 근래엔 개인으로도 확산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초 연 1%에서 2.50%로 인상했고,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각각 3%, 4%를 훌쩍 넘어갔다. 

채권 투자가 각광받으면서 증권사들의 리테일 채권 판매금액도 큰 폭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9일 기준,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보다 160% 늘어난 것으로 증권업계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카드채, 캐피탈채 등 금융채를 중심으로 한 원화채권이 2달 새 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80%를 점유한다. 
  
KB증권도 같은 날, 오프라인을 통한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6조1000억원)보다 64% 늘었다. 월평균 판매액도 지난해 8000억원에서 올해 1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만기 1년 이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채가 53% 증가한 8조원, 원화채권은 2.5배 증가한 2조원에 육박한다. 

채권 투자 수요가 눈에 띄가 증가하자, 증권사들도 저마다 '채린이'를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수월한 채권 투자를 돕기 위해 온라인과 앱의 매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의 MTS와 HTS에서 채권 매매가 가능하다.
 
채권 관련 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월 지급식과 우량장기채 등 채권 상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지난 24일 롯데캐피탈·엠캐피탈·오케이캐피탈 등 800억원 규모의 월 지급식 채권 매각을 시작했다. 내달부터는 금리 하락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AA등급 은행지주사 신종자본증권 등 우량 등급 장기채 공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1000억원 규모의 'AA등급 만기 1~3년의 월이자지급식 여전채'를 8월에 완판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AA등급 선순위 채권은 수익률이 세전 연 3.7~4.4%에 달했다. 8월 월이자지급식 채권 가입 고객의 90%가 개인 고객이다. 

KB증권은 2년 만기 월이자 지급식 하나은행 채권을 500억원 규모로 단독 판매 개시했다. 내달 5일 발행되는 이 채권은 매월 5일에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금리는 연 4% 전후로 예상된다. 다른 채권보다 우선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선순위 채권이며 신용등급은 가장 높은 'AAA'다. KB증권은 이외에도 A+ 등급에서 AA+ 등급의 월이자 지급식 채권을 판매 중이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장은 "시기적으로 채권 투자의 적기인 만큼 은퇴 생활자나 보유 자산의 운용이 필요한 개인 고객들에게 다양한 채권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올해 채권ETF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개정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이 전날부터 시행되면서 존속기한(만기)이 있는 채권형ETF도 허용된다. 투자자의 채권 만기보유 투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의 특성(만기존재)과 ETF의 강점(분산투자 및 실시간 거래 가능)을 결합한 자산관리 상품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채권형ETF의 만기보유 및 원리금 상환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수요가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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