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양육부담 품앗이' 부모보험, 여섯번째 사회보험될까
'출산·양육부담 품앗이' 부모보험, 여섯번째 사회보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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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난 7일 인수위 보고···저조한 출산율 해소 방안
재원, 건보 부과체제 활용···전문가 "재정·보험료 부담될듯"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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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건복지부가 자녀의 양육 부담을 사회 전체가 골고루 나누자는 취지의 '부모보험' 도입을 대통령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고하면서 여섯 번째 사회보험 출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사회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총 다섯 가지로 구성돼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부모보험에 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7일 "도입을 검토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인수위 차원에서 부모보험에 대한 보고가 공식화된 것은 처음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부모급여와 육아휴직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던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부모보험은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회보험제도다. 출산휴가 수당과 육아휴직(부모휴가) 급여 등을 고용보험 가입자에서 건강보험 가입자로 확대하고, 관련 보장들을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부모보험을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지난 1974년 출산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세계 최초로 부모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첫 도입 당시 180일이던 부모휴가는 현재 480일까지로 늘었다. 육아휴직 급여가 실제 임금 수준인 80%로 높아지면서 실제로 해당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와 출산율이 함께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75명으로, OECD 평균 합계 출산율(1.63명)과 한국의 합계출산율(0.84명)을 웃돌았다. 

또 스웨덴은 육아휴직 중 아버지가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가 소멸하는 할당제를 도입해 남성의 육아 참여율을 높였다. 유모차를 밀며 커피를 하나씩 들고 다닌다는 육아하는 아빠들을 부르는 말인 '라떼파파'가 일상이 된 셈이다.

복지부가 인수위에 보고한 '부모보험' 내용의 골자도 '스웨덴식 부모보험'과 비슷하다. 부모보험을 활용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험 대상을 고용보험 가입자에서 부모보험 대상자로 넓히고 육아휴직 기간도 현행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를 위해 육아휴직시 급여 수준도 단계적으로 올린다. 

필요한 재원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활용한다. 예를 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료처럼 건강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식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에 요양보험료율을 곱해 결정되며, 다음 해에 적용할 정책적 개선안과 기본수가, 보험료율 등을 장기요양위원회를 통해 매년 결정하고 있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도입 당위성'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체감 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5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도 2018년 7.38%, 2019년 8.51%, 2020년 10.25%, 2021년 11.52%, 2022년 12.27%로 연속 인상돼 왔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저출산 상황이라 사회보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는 바이나, 매년 건강보험이 오르고 있고 또 향후에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실질적인 보험료 부담이 상당한 상황인데 여기에 사회보험이 하나 더 추가되면 재정 지속·보험료 부담 문제가 점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는 "사회보험은 초기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어디부터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가 우리 사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된 후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보험영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았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사회보험은 민간 보험영역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은 맞다. 공보험과 사보험은 시대와 시장 수요에 따라 관계와 역할을 나누며 발전해왔다"며 "만약 부모보험이 우리나라에서 도입된 후 부가적인 수요가 확실히 생기면 민간 보험사에서도 이를 놓치지 않고 관련 상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일단 공적보험이 생긴 이후에나 구체적인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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