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발작'에 한은, 국고채 2兆 단순매입
'금리 발작'에 한은, 국고채 2兆 단순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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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5일 입찰 진행···"변동성 완화, 투심 제고 기여"
국채 금리, 장단기물 가리지 않고 연중 최고가 경신
美연준 긴축, 50兆 추경 편성, 인플레 압력에 '폭등'
"시장 안정화조치에도 급등세 쉽게 꺾이지 않을 것"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천정부지 치솟는 국채 금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선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금리상승 재료들이 워낙 규모가 큰 이슈로 소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 압력을 쉽게 잠재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은은 4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시장안정화 조치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매입 규모는 2조원이며, 오는 5일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세부 종목은 이날 장 마감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번 단순매입 조치가 금리 변동성 완화 및 채권시장 투자심리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은이 이처럼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서는 까닭은 최근 미국발(發) 금리상승압력에 더해 인플레이션 장기화, 국내 추가경정예산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단기물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중 전거래일보다 7.9bp(1bp= 0.01%) 오른 2.861%를 기록했다. 이는 전거래일(2.784%) 기록한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과 함께 지난 2014년 5월13일(2.860%) 이후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년물 금리도 장중 2.550%까지 뛰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5년물 금리 역시 8년 만에 3%를 웃돌고 있다.

장기물에서도 △10년물 금리 3.160%(3.29%) △20년물 금리 3.117%(4.63%) △30년물 금리 3.051%(5.90%) 등 50년물(2.870%)을 제외한 모든 국고채 금리가 3%를 웃돌았다. 이 역시 모두 연중 최고금리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는 연초 채권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연준이 당장 오는 5월부터 수 차례의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소식이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2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44%를 기록해 2년 만에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2.38%)을 앞질렀다. 특히 한·미 간 국채 금리는 동조화 현상이 강해 곧 한국의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도 나타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약 5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예고로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심이 위축된 영향도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조8000억원 규모 발행 국채 5년물 경쟁입찰의 응찰률은 223.4%로, 한 달 만에 78.1%p 하락했다. 수년간 200%대 후반에서 움직여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수치라는 평가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후보자의 발언이 시장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읽히면서 급등세가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기자들과 가진 짧은 문답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 속도를 잡을 수 있는 그런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은의 이번 조치가 과열된 장세를 잠시 가라앉히는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을 큰 폭으로 단행할 수 있다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대내외적으로 물가상승압력, 추경 등 금리상승으로 주목받는 이슈들이 워낙 덩어리가 큰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현재 시장의 급등 심리를 진정시키는 정도에 머무를 것 같다. 추세적으로 오름세를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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