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일자리 양극화 '뚜렷'···중숙련↓, 고숙련·저숙련 ↑
코로나 이후 일자리 양극화 '뚜렷'···중숙련↓, 고숙련·저숙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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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이슈노트···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취업자수 99% 회복했지만···부문별 재조정·차별화 발생
반복 업무 많은 근로자↓···"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
서울 시민들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시민들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의 구인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우리나라의 고용시장 생산성·일자리 양극화를 더욱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산성이 높은 금융·제조업 일자리와 저생산성의 숙박음식·운수창고 등의 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숙련 일자리·임금은 줄어들고, 고숙련·저숙련은 확대됐다. 이같은 현상은 모든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큰 폭 감소했던 취업자수는 올해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99.98%)했다"면서 "이런 회복 과정에서 과거 경제위기와는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대책 여파로 일자리·재택가능·자동화대체 여부에 따라 고용재조정 및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 이후 경제의 서비스화(제조업→서비스업)에 기반한 고용재조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됐지만, 팬데믹 기간 중에는 서비스업 내에서 일자리 특성에 따른 고용재조정이 주를 이뤘다. 직업별로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크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판매 및 서비스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었다. 반대로 비대면 소비 확대에 따라 택배원, 배달원 등 단순노무가 이례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재택근무가 용이한 관리자·전문가·사무직 등의 변동폭은 적었다.

이런 고용재조정의 변화는 일자리 양극화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앞서 고용시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기술적 진보로 인해 자동화 대체가 수월한 중숙련·반복(대기업 생산직, 서비스직, 사무직 등)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 반해, 고숙련·인지(관리자, 전문가 등) 및 저숙련·육체(농림어업·단순노무 등)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같은 일자리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팬데믹 경기침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의 방역 대책을 강화시키고, 비대면 생활방식을 확산해 택배원, 배달원과 같은 저숙련 단순노무 종사자를 크게 늘렸다. 경기침체기에 저숙련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팬데믹 경기침체기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취업자수 증감률은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고숙련(0.5%)·저숙련(3.9%) 일자리가 확대된 반면, 중숙련(1.7%) 일자리는 감소했다.

오 차장은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동화 대체가 용이해 비용절감 편익이 큰 중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을 조정했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과거 위기에선 산업간 효과(제조업 비중 감소 등 산업구조 변화)에서 주로 기인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 이후에는 산업내 효과(기술진보, 팬데믹 이후 기업의 노동수요 변화 등 산업 전반적인 효과)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다.

임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17~2019년 및 2020~2021년 임금상승률의 평균을 비교한 결과, 고숙련(-2.3%)과 저숙련(-3.5%) 일자리 임금의 감소폭 대비 중숙련(-4.3%) 일자리 임금 감소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는 중숙련 일자리에 대한 기업의 노동수요 감소가 근로자 임금상승률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별 생산성 격차도 확대됐다. 노동생산성은 고생산성 산업에서 상승하고, 저생산성 산업에서 하락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청산효과(산업내 저생산성 기업에서 고생산성 기업으로의 자원 이동)가 노동생산성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대비 2021년(1~3분기) 노동생산성 증감률은 생산성이 높은 금융보험(5.64%)·제조업(3.26%)·교육(3.50%) 등에선 확대된 데 반해, 저생산성의 숙박음식(-6.28%)·운수창고(-8.41%) 등은 감소했다.

산업별 노동생산성 수준과 취업자수 증감률이 플러스(+) 관계를 나타내면서, 산업별 고용재조정은 단기적으로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오 차장은 "취약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충격이 발생한 팬데믹 경기침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이같은 청산효과가 중장기 시계에서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모든 산업에서 양극화가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 차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조건의 변화(유연근무제 확산,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자동화 확산 등은 앞으로도 기업의 노동수요 및 가계의 노동공급 행태에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고용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취업교육 등 직업훈련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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