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숨고르기에 들어간 환율···美·中 물가지표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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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이후 탠트럼 피했지만···'강한 미국, 강한 달러화'
CPI·PPI 오름세 지속 전망···글로벌 인플레 향방 정할 듯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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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번 주(8~12일) 원·달러 환율은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결정과 같은 빅이벤트 기간을 지나 숨을 고르는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본격화하며 달러화는 강세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시장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과 중국 등의 물가 지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30분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185.2원) 대비 0.2원 떨어진 1185.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오전 환시는 전거래일보다 2.6원 갭다운한 1182.6원으로 개장했으나, 빠르게 오름폭을 되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테이퍼링 돌입을 천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간의 직접적인 연결을 부인했고, 이에 금융시장의 긴축 탠트럼(발작)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적완화 시대가 저물고, 미국 고용지표가 반등하면서 강(强)달러가 시현됐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유럽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행보도 글로벌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지난 5일 94.3으로 마감, 전주 대비 0.21% 상승했다. 더욱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아시아통화 가운데 원화의 약세가 더욱 도드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까지 레벨을 높였다.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나, 글로벌 경제가 함께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제한적인 상승 흐름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조기 긴축 행보에 나서고 있고,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역시 긴 호흡을 이어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적응한 측면이 있다.

먼저 주중 발표될 미국과 중국의 물가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시장의 반응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는 9일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를 시작으로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 중국의 PPI·CPI가 공개된다. 그간 안정세를 보인 중국의 소비자물가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중국의 PPI 움직임에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역시 10월 CPI가 지난 1990년 이후 30년만에 가장 높은 5.8%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것은 경기 성장을 제약하고,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가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강달러 행보에도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중국 '6중 전회(공산당 19기 6차 전체회의)'도 주목할 변수 중 하나다. 이번 6중 전회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3연임 구상과 연결되는 세 번째 '역사 결의'가 나올 예정이며, '중국몽' 달성을 위한 방향에 있어 헝다그룹 사태, 각종 규제 리스크 등에 대한 대응 강도에 따라 위안화 흐름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앞서 원화는 아시아통화 및 중국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중국 정치 이벤트에 따라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광군제도 위험선호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꼽히는 광군제를 통해 소비경기 흐름이 완만하게 나타날 경우 금융시장 내 투심 회복을 불러올 수 있다. 다만 이번 광군제의 경우 소비경기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보다는 인플레의 영향이나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여부를 살펴보는 데 더욱 시선이 쏠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8~9일 파월 연준 의장의 두 차례 연설을 비롯해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등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11일에는 중국의 산업생산(10월), 영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ECB 경제전망, 13일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JOLTs)'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비둘기파적인 11월 FOMC 회의 결과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급락에도 불구하고, 달러인덱스는 2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과 같이 강한 미국이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반대로 BOE의 기준금리 동결, 라가르드 ECB 총재의 내년도 낮은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 등은 유럽 통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졌다.

이번 주 미·중 물가지표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변수로 나타날 것이다.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와 중국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발표 이후 물가 수준에 대한 평가, 즉 정점 여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달러화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증시와 달리 답답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반등과 같이 한미 디커플링 해소 여부 또한 원·달러 환율 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상단으로 1190원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는 원·달러 환율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는 한 주일 것이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173~1185원

11월 FOMC에선 시장의 예상대로 테이퍼링이 발표됐다. 지난 9월 FOMC 발표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 표현했지만, 이번 FOMC에서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으로 미세하게 변화를 줬다. 이는 여전히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주요 선진국 통화는 통화정책에 반영하는 단기금리 차이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으며, 유로존 역시 인플레이션이 1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임을 고려하면 결국 선진국 간 통화정책 강도가 중요하게 변수로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수순은 달러화의 강세 방향성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여전히 달러 강세의 폭은 지역별·국가별 통화정책의 강도 차이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동반 정상화 국면에선 11월 개시된 테이퍼링 자체가 이머징(신흥국) 통화 가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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