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저축銀도 '대출 옥죄기' 나선다
금융당국 압박에 저축銀도 '대출 옥죄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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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신용대출, 연소득 이내로 대출 제한해야" 권고
은행권 이어 제2금융권까지 '전방위적 압박' 나선 정부
시민들, 대출 막힐까 발동동···"권고안 명확히 전달해야"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금융불균형에 따른 가계부채 누증을 막고자 은행권으로 향했던 대출 제한 조치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최근 시중은행들이 일부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저축은행에서도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23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24일 각 저축은행 회사별로 금융감독원의 신용대출 규제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간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는 연봉의 120~180% 수준이었지만, 100% 이내로 줄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앞서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에 따른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붙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다. 앞서 지난 19일 농협은행에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20일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이 신규 부동산대출을 한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 연간 8~9% 수준에서 50% 이상 깎은 연간 5~6% 수준으로 낮출 것을 당부했으며, 저축은행의 경우 21% 이내로 관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부터 시행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역시 차질없이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대출을 강력히 옥죄고 있는 이유는 가계부채 누증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을 옥죄고, 한국은행은 연일 금융불균형을 강조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늘었다. 분기별 가계부채는 지난 2019년 3분기(3.9%↑) 이후 매 분기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의 증가폭(63조3000억원) 가운데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1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년 전(4조2000억원)과 비교해 무려 5배나 많은 수치다. 이번 2금융권 신용대출 규제도 최근 20·30세대의 주식 및 암호화폐 등 자산 투자로 1억원 미만 신용대출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는 차주에 대해서만 DSR 40% 규제를 적용했고, 1억원 미만 신용대출에선 별다른 규제를 두지 않았다.

업계에선 '가계대출 관리' 차원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업권은 정부 당국의 권고안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대출 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는 계획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라면서 "은행권과 규제와 같이 개략적인 대출 규제 권고안이 들어가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급작스런 은행권 내 대출 중단 소식에 혹여 계약과 함께 대출 실행을 앞두고 있는 차주나, 대출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이들의 경우 혹여 대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B씨는 "올해 9월 이사를 계획하고 모든 계약을 마무리 한 상태로 현재 대출 상품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최근 은행권 내 대출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혹여나 내 대출도 막히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실수요자 피해도 우려스럽다. 이미 가계부채 누증에 따라 대출 창구가 막히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2금융권까지 대출 규제가 확대될 경우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은 저신용자들이 대부업·불법사금융 등 제도권 밖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출 관리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와 함께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누증했던 가계대출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히 양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공식적인 계획 및 절차를 통한 관리가 아닌 내부 전달 사항으로 전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실수요자들의 이해가 없는 상황에선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이유 설명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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