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스크 시스템 구축 ‘졸속’ 우려
증권사 리스크 시스템 구축 ‘졸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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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구축 줄줄이…일정 촉박
인력도 부족…“품질 저하 뻔해”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증권사의 통합리스크 시스템 구축이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축 일정이 촉박한 반면, 금융감독원이 하달하는 시스템 구축의 범위는 점점 늘어나고, 구축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력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는 작년 9월 금융감독원이 증권회사에 대한 리스크평가시스템(RBS)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번 통합리스크 시스템 구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보다 앞선 작년 4월 금감원이 ‘증권사 리스크관리 최소기준’을 마련해 하달하면서 부터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사에게 시장, 신용, 운영리스크 관리 등 총 8개 분야, 43개 항목을 충족할 것을 제시했다. 그런데 작년 9월 금감원이 이번엔 리스크평가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면서 시장, 신용, 운영뿐 아니라 유동성 리스크와 13가지의 영업별, 4가지의 분야별 관리수준이 추가됐다. 더욱이 금감원은 이러한 리스크평가시스템을 오는 4월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의 리스크관리팀 입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통합리스크 시스템 구축과 당장 4월로 예정된 리스크평가시스템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 부담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담보를 통한 대출은 담보물의 리스크만을 평가하면 됐다. 하지만 이번의 강화된 리스크기준을 적용하면, 담보물 뿐만 아니라 담보를 제공하는 대출자의 신용도 파악을 해야 한다. 이래저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꼴이다.

가장 중점적인 구축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용과 운영리스크 시스템의 경우 증권사는 관련 경험조차 거의 전무한 상태다. 증권사의 구축 경험은 시장리스크에 한정돼 있다. 대형증권사 리스크팀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과 운영리스크 시스템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완료하는데 거의 10년이 걸렸다”며 “반면, 금감원이 이번에 증권사에게 준 시간은 단 2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은 이미 인력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이 마련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최소기준에 따르면, Ⅰ그룹에 포함된 증권사들은 총 19개사다. 이들 증권사는 장외파생업과 종합증권업을 하는 자산 1조원이상, 위험액 300억원 이상의 업체들로, 8개 분야, 43개 전 항목을 충족시켜야 한다. 즉, 시스템의 구축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예기다.

문제는 이들 증권사 대부분이 올해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 때문에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IT인력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Ⅰ그룹에 포함된 증권사 리스크팀 팀장은 “시장에 증권리스크 경험이 있는 IT인력이 씨가 말랐다”며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증권사들의 일정도 겹칠 것으로 보여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 리스크 시스템의 구축 경쟁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대부분 4~5개의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이룬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SI업체, 솔루션업체, 신용평가업체, 컨설팅업체 등을 망라한다. 이는 한 업체가 시스템 구축 전체를 책임지기에는 인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아직 미숙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작년 11월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세탁방지법의 발효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의 차명계좌 및 자금세탁, 신용평가 관리 등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리스크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견증권사 리스크팀 부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의 발효를 앞두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금감원의 취지는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촉박한 일정에 인력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시스템 구축을 강행한다면 시스템 품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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