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신년 벽두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정치적 고향' 대구를 찾았다.
공식적으로는 이날과 다음날에 걸쳐 잇따라 열리는 대구시당과 지역구 신년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선 이후 본회의 참석과 이명박 당선자 면담 등을 제외하고는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온 터여서 구구한 해석이 뒤따른다. 더구나, 당내 공천 잡음 속에서의 고향나들이여서 눈길을 끈다. 특히, 당권도전설이니, 총리기용설이니 박 전 대표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이런 저런 얘기까지 돌고 있는 마당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의 시각을 종합해 보면, 박전 대표의 속내는 온통 4월 총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한 핵심 측근인사가 "총리설, 당권 도전설 모두 말이 안 되는 소리다"며 "총리는 저쪽에서 줄 리가 없고, 당권은 너무 이른 이야기기도 하지만 다시 나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
그는 이어 "당장 공천이 코앞인데 그것부터 챙겨야 하고, 본인 측근들이 얼마나 살아남느냐에 결국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있다"며 "당장 자력으로 살아남는 게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측근도 "총리, 당권설은 모두 근거도 없는 이야기다"며 "당장은 공천 문제가 중요하고, 이제부터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봐야한다. 매일 당하고만 살 수 있느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기 마련. 과거 정치인들도 비슷한 행보를 했던 전례가 아주 많다. 대부분, 중요한 사안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그랬던 공통점이 있다.
결국, 공천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고향을 찾은 것은 일종의 '침묵시위'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선에서의 자신의 기여도를 은근히 과시하면서, 공천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무슨 일을 해도 결국은 대구·경북이 기반"이라며 "당장 18대 총선 때까지 파란이 많을 것이고, 총선이 지나도 본인의 기반은 이곳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공천문제에 대한 시그널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각오와 의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탄핵 후폭풍 직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 대표로 나선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대선후보 경선 직전까지 그야말로 한나라당의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 대선에서 500만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 당선자가 승리를 거머쥔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당선 후부터는 또 하나의 냉엄한 정치적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 현재 박 전 대표가 처한 입장이다.
치열한 전투는 이제 끝이 났고, 전투 당시와 같은 절박감과 긴장감은 이제 사라졌다.
한나라당 내 권력을 반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엄연한 '비주류'의 수장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을 향해 들려오는 각종 소문들을 박 전 대표라고 듣지 못할 리가 없다. 이에, '공신'의 자긍심은 뒷전이고, 앞으로 전개될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마당이다. 박 전 대표도 이제는 정치신인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시절 고인이 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시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면,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정치프로'다.
물론,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차기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무게를 지니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분명한 '2인자'다.
문제는 빨리 핀 꽂이 빨리 진다는 냉험한 현실이다.
그 점이 박 전 대표에게는 되레 부담일 수 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정치판에서 5년 뒤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그렇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숱한 정치적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박 전 대표의 이번 대구행은 앞으로 전개될 기나긴 정치적 여정의 첫 단추가 될 공천문제를 잘 꿰기 위한 '해법찾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대편에게 공천문제에 대한 입장정리를 위한 시간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상징성이 강한 의도된 행보'라는 것. 결국, 이날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지역 신년 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주말 회동에서 당선자가 분명히 공천을 늦추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텃밭에서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박 전 대표에게 있어 현상황은 '5년 장도'의 첫 시험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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