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파문과 4단계 방카
삼성 비자금 파문과 4단계 방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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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삼성이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경영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한때 장문의 반박자료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삼성 측도 최근 들어서는 조용한 분위기다. 무대응이 낫다는 판단 때문인지 아니면 수습이 힘든 수준에 왔다는 판단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일단은 자중하자는 쪽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철회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의 힘'이 아니면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3년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연기됐을 때도 알게 모르게 삼성의 ‘노력’이 컸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얼마 전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요즘 방카슈랑스 반대 집회가 좀 뜸한 것 같다는 질문에, “삼성에서 지원이 잘 안 나온다”라는 대답이었다.

비자금이니 로비니 하는 의혹이 나오는 판국에 삼성이 방카슈랑스 확대 저지에 나설 여력도 여유도 없을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보험업계 전체의 목소리가 완전히 일치된 상황도 아니다. 삼성만큼 영향력이 큰 곳도 없다보니 방카슈랑스 확대 저지가 흐지부지돼 버리는 형국이다.

당국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해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4단계 방카슈랑스 예정대로 시행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적극적으로 시행 의지를 표명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마치 대장을 잃은 집단 같아 보인다고 하면 비약일까. 분명한 건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할 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면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요즘 삼성 관련 보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삼성의 비자금이나 불법 로비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과연 그게 삼성만의 잘못일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삼성의 잘못이 크겠지만,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성장구조도 크게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요즘 삼성 관련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깨끗한 사람이 어딨냐”며 “청렴하게 살면 바보 취급 받는 나라가 바로 이 대한민국이다”라고.
또 다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힘’ 좀 있다는 사람 치고 삼성에 돈 안 받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며 “삼성이라고 뭐 주고 싶어서 줬겠냐. 다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주게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범죄불감증에 걸린 탓일까. 참담하다.

아무튼 방카슈랑스 문제는 부디 삼성 비자금 회오리와 무관하게, 금융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답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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