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땜질식 처방 안돼"
"'위험의 외주화'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땜질식 처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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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 토론회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정부가 휴지조각 취급"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촉구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는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특조위 권고안 이행을 촉구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 이후 특별조사위원회는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번 비슷한 산업재해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이행 여부 점검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권고안을 내놓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국무총리실이 책임지겠다던 이행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조사보고서가 '휴지 조각'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8월 특조위는 정부에 재발 방지를 위한 22개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특조위는 이같은 사고가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제안했다. 원·하청 관계에서 사업장 위험 요인은 사용자 책임이 아닌 노동자 과실로 전환되기 때문에 고용구조에 내제된 본질을 해결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특조위 권고안을 100%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인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 

특조위 조사위원이었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발전소 하청노동자의 위험과 사고는 끼임과 협착, 추락 등으로 분류되는 재래형 사고가 아닌 고용형태와 불가분하게 얽혀있는 위험"이라면서 "실질적인 감독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과 명령을 수행하는 노동자가 서로 다른 울타리에 있으면서 위험이 형성된다. 최소한 이들이 동일한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보고서 발표 이후 정부는 '안전대책은 권고안대로 할 수 있는데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마치 협상하듯이 어떤 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들어주겠다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확고한 정부 입장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1급 발암물질이 현장에 만연하지만 안전대책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간사는 "노동자들은 항상 오늘도 안전하게 일하고 무사히 저녁에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한다"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관련 발전사 자체 분석자료가 있음에도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대책으로 마련된 특급마스크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마스크는 700원짜리"라면서 "작업장에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국소배기장치도 남동발전에서 운영 중인 두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발전소에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부터 10년 간 300여명이 사망한 조선업에서도 조사위가 구성돼 지난해까지 활동한 바 있다. 2017년 두 번의 대형 사고를 계기로 조사단이 만들어졌고 권고안을 내놨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조선업 국민참여조사위에 참여했던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사망하는 사고에 이어 같은해 8월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4명의 하청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무리한 공정 진행 △안전에 위배되는 재하도급 확대 △원청의 불명확한 안전관리 역할 등이 조선 사업장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봤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사내하청지회 조직사업부장은 "무리한 재하도급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면서 "원청은 안전 관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다단계 하청의 밑바닥까지 이같은 영향력이 미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햇다. 

이어 "예전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부분 작업중지 명령만 내려지고 있다"면서 "노동부의 행정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발전소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설비 운영에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가 얼마나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원청에 설비 개선을 지속 요구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설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소 노동자를 비롯해 국민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사진=김혜경 기자)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사진=김혜경 기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특조위가 700여쪽에 달하는 분량의 책을 냈고 억울하게 죽어간 비정규직의 삶이 책 안에 들어있다"면서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제대로 이행되도록 우리가 싸워서 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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