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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신세계’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가 있다.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먼 미래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은 로봇처럼 일에만 전념하는 20대의 젊은이들 뿐이다. 정부로 추측되는 권력기관은 이들이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떨어진다 싶은 나이(?)를 먹게되면 어느날 갑자기 어두운 굴속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로봇처럼 생명이 끊기고 그들의 부품으로 다시 새로운 20대 젊은이가 만들어진다.

이 영화에 대해 들은 것은 SW 업체의 개발팀장에게서다. 그는 어느날 문득, 자신이 속한 SW업계의 현실이 이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SW업체들의 주종을 이루는 연령층은 단연 20대가 많고, 드물게 30대 초반이 눈에 띌 뿐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자가 다수다. 매일마다 이어지는 야근에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없는 박봉. 조금이라도 나이가 들고 가정이 있는 이들이 하나둘 SW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어서 그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자신의 생활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IT업계에 출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햇병아리 기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들이 5일제니 하면서 쉬는 주말도 금요일, 그러니까 평일과 마찬가지로 격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비유였다. 더욱이 그 평일날의 근무강도도 만만치 않았다. 낮에는 SI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영업을 뛰고, 저녁에는 들어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늦은 밤 접대를 위한 술자리에 나선다.

SW분리발주 등 정부의 연이은 정책이 조금씩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선의 분위기는 여전치 차갑다. 그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도대체 나아지고 있는 것이 없다”고.

왜 그럴까? 여전히 SW업체들은 SI업체들의 입김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발주가 여전히 SI업체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은 공공부문에 한정돼 있을뿐, 금융권을 위시한 통신, 제조, 유통 등 민간사업분야에는 전혀 미치질 못한다.

정부가 SW의 단가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나면 남는게 없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업을 따낸다고 해도, 결국에 남는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말이 의미심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과연 그가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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