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위험 커질수도"···비둘기파 금통위원의 低물가 '경고'
"디플레이션 위험 커질수도"···비둘기파 금통위원의 低물가 '경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인하 필요성 시사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통화당국은 금융안정보다 저(低)물가 현상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오직 통화정책 당국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과 저물가라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축소순환' 지속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조동철 금통위원의 경고다. 1930년 대공황 등의 전조로 여겨지는 디플레이션은 단순한 저물가가 아니라 경기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뜻한다. 

8일 조 위원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2020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위원이 금통위원으로서 3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여는 기자간담회다. 금통위 내에서 가장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인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는 조 위원의 마지막 간담회인 만큼,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하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 우려할 시점" = 조 위원은 "기조적 물가(인플레이션) 안정은 실물경기의 안정뿐 아니라, 우리경제가 축소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정책 방향"이라며 "이제는 장기간에 걸쳐 목표 수준(2%)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할 시점에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수년간 물가목표인 2%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올 1월부터 4개월째 0%대에 머무른 것이다. 특히 1~5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0.5%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조 위원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한다면 장기금리가 연 0%대에서 멀지 않은 수준까지 하락해 전통적인 금리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우리에게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고 우려했다. 

지금과 같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장기간 지속되면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저금리 환경을 악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축소순환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조 위원은 강조했다. 

디플레이션은 1930년 대공황 등의 전조로, 여러 경제위기 가운데도 탈출이 쉽지 않은 최악의 위기 형태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준(準)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통화당국은 '물가안정' 더 고려해야" = 통화정책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같은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 저물가 대응을 소홀히 했다는 게 조 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통화정책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것은 2011년 이후"라며 "바로 그 다음해부터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7년 내내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있으며, 한은이 통화정책을 설명함에 있어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과 같은 금융상황을 훨씬 더 강조해왔다는 쓴소리다. 조 위원은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존재하는 반면,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이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법 1조에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주된 목적으로 적시되고, '금융안정'이 보조적 목적으로 제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은 "금융안정을 고려해 인플레이션의 일시적 목표수준 이탈을 용인하는 통화정책이 바람직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 같은 이탈이 항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통화당국에 부여된 물가안정 책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조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몫으로 금융통화위원에 임명됐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