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로 부터 배울 것
HSBC로 부터 배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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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껏 글로벌 시대, 글로벌 경영은 외치면서도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국경의 틀에 갇혀 있다. 그 틈에 닳고 닳은 글로벌 자본들은 국내 금융시장을 휘저어본다. 그로인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채 우왕좌왕이다.

우리로 하여금 비싼 수업료를 물며 글로벌 금융을 실감케 했던 론스타의 문제도 거지반 끝이 보인다. 이 시점에서 과연 론스타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글로벌 자본의 행태를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준비를 갖췄는지 궁금하다.

상대는 늘 똑같은 방책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니 여전히 틀에 갇힌 사고로는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려면 그동안 고수해온 사고의 틀부터 갈아야 한다.
지금 론스타의 뒤를 이어 외환은행을 인수한 HSBC는 또 질적으로 론스타와 차이가 있다.
 
시세차익 따먹고 시장을 떠나버릴 핫머니 성격의 금융자본들도 경계할 일이지만 전세계를 향해 그물을 치듯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세련된 국제금융자본들이 훨씬 더 무섭다. HSBC는 그런 회사다.

HSBC가 뭐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동안 퍼부어댄 광고 공세로 인해 그 이름이 잠재의식에 남아있을 듯하다.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훨씬 전부터 그만큼 엄청난 광고 공세를 펼쳤다. 마치 낚시터에 밑밥을 던져놓듯, 뜻도 모르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서동요를 따라 부르게 만들었던 백제 왕자처럼 그렇게 보이지 않는 기초공사에 심혈을 기울였으니 앞으로의 추진력이 어찌 예사롭겠는가.

영국에 본사를 둔 HSBC는 구한말, 간신히 제물포항을 비롯해 전국에 3개의 항구만을 개항했던 1984년에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에 처음 사무소를 개설해놓고 비즈니스를 했던 회사다. 끔찍한 기분이 든다. 그 때는 우리가 금융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우리 역사의 굴곡에 따라 이 땅에서 철수했었을 그 HSBC가 금융시장 개방의 서곡이 울리던 무렵인 1984년에 서울사무소를 열며 다시 나타났다. 그동안 인천, 대전,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1개 지점, 4개 기업금융센터를 열었다.

근래 중소기업 금융 사업부를 신설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중이다. 스스로가 대기업금융, 투자금융, 개인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저들이 중소기업 금융을 손대기로 했다. 거기가 황금어장임을 알아서는 아닐까.

유럽, 아시아·태평양, 미주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 82개국에 1만여 사무소를 운영 중이라는 회사, 런던 홍콩 뉴욕 파리 버뮤다의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HSBC홀딩스의 주식은 전 세계 100여 개국 20만 명의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회사, 뉴욕증시에서는 미국공탁증서로 거래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회사.

이런 회사와 경쟁할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은 성장했는가. 이건 단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테크닉은 배우면 또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발상의 전환이 없는 한.

지금 HSBC는 하나생명 인수에 나섰다고 한다. 머잖아 설립이 수월해지면서 거래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의 활동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정책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회사들은 그 활동에 국적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돈 되는 시장이면 어디라도 뻗어나가고 성급하게 본국 송금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벌어서 부지런히 그 시장에 재투자되니 현지에서의 거부감도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그 본래의 국적에 귀속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런 멀리 보고 뛰는 전략적 사고가 아닐까. 이미 시장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데 정부도 이제 다 큰 자식 나들이에 여전히 노심초사하는 늙은 어미 노릇은 이제 그칠 일이다.
 
예전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도 놔두었다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불러들였다. 그렇게 큰 우리는 과보호해 키우는 요즘 아이들에 비해 훨씬 자립심 강하고 남의 입장 살필 줄 아는 인간으로 자라났다. 이제는 과보호의 팔을 풀 때가 충분히 되었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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