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 worry(워리)은행?
우리은행 = worry(워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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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hkong@seoulfn.com>지난 2005년 신한은행이 제기한 우리은행의 서비스표권 분쟁은 은행간 분쟁을 넘어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우리은행'의 식별력을 인정해 서비스표 등록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으며, 반대로 특허법원은 '우리'라는 단어는 인칭대명사로서 식별력이 미약해 '등록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이라는 상표는 여타 시중은행들을 구별하는 식별력을 갖지 못해 상표법상 등록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물론 박해춘 우리은행장에게도 '고객들에게 우리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부르지 못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황 前 회장과 박 행장은 한 목소리로 "고객들에게 '우리 은행'이라고 말하는 직원이 어디 있느냐! '저희 은행'이라고 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여타 시중은행들에게 '우리은행'이라는 상표는 골칫거리임에는 틀림 없다. 이들 은행들은 공식석상에서는 물론 자잘한 담소에서도 '우리은행'이라는 명칭 때문에 혼동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에서 수년동안 근무했던 한 은행원은 "내가 '우리은행'이라고 하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은행을 지칭하는 건지 저쪽 은행을 지칭하는 건지 되묻는다"며 "실제 우리은행을 '우리 은행'이라고 부르기라도 하면 따가운 눈총이 되돌아 온다"며 하소연 했다.
그래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을 '워리은행'이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유사한 명칭도 많은데 하필 '워리은행'으로 부르는 것은, 그만큼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의미일게다. 일종의 '비꼬기'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보다 나라밖에 있다고 귀띔한다.
1년 전 외국계 은행이 주최하는 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해당 은행원으로 보이는 외국인에게 명함을 건냈더니 "어떻게 은행 이름이 워리일수 있느냐"며 깜짝 놀랬다고 한다. 영문 철자는 Woori와 Worry로 엄연히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해 자칫 '워리은행(걱정스러운 은행)'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
만약 대다수 외국인들이 이처럼 오해한다면 고객들의 돈을 맡아주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는 당시 '우리은행'이 갖는 한글 의미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한편 글로벌 뱅크를 지향하는 은행으로서 그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분명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은 우리은행이 국내 유일의 토종은행이라는 점에서 다른 은행과는 차별화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우리'라는 단어가 갖는 공동체 지향적인 늬앙스도 우리은행이 가지는 경쟁력의 하나임에도 틀림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소송은 전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승소하거나 패소하거나 현재 '우리은행'의 명칭은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추후 대법원 판결로 서비스표 등록이 취소되더라도 결국 5년동안 사용한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받아 재등록도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설령 재등록이 어려워지더라도 은행법 및 부정경쟁방지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우리은행의 명칭은 향후에도 독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송으로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은행들간 자율적인 조정 과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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