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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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으레 장마라면 여름 장마만을 생각해온 상식을 깨트리며 올해는 봄장마, 여름장마에 이어 가을장마까지 오는 게 아닌가 싶게 이 달 들어서도 지역별로 비가 잦으면서도 집중호우처럼 시간당 100mm 이상 내리며 심각한 비 피해를 여기저기 뿌렸다.

이런 이상한, 이제까지의 통계적 양상과는 전혀 다른 기상 상태가 반복되다보면 당장 통계의 연장선상에서 나오기 마련인 기상예보가 정확할 수는 없을 터이다. 한반도 전체가 더워지며 아열대성 기후대로 접어드는 것 같다는 관측도 이미 나온 상태이니 자칫하면 이제까지의 기상통계자료의 상당 부분이 무용지물이 될 우려도 있다.

이런 기상변화가 새로운 추세를 나타내게 되면 그에 따른 사회적 여러 변화에 대한 예민한 영향 분석과 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 단위의 행동과 더불어 사회 각 부문별 대비도 필요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화한 농업의 경우 재배 품종부터 달라질 수 있으니 지금 쌀시장 개방을 막기 위한 안타까운 저항도 불과 몇 십 년 후 참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아직 기상변화의 초기 단계이지만 변화는 조금 조금씩 나타나 보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을 확 틀어 급선회하며 전혀 다른 상황에 우리 인간들을 내던져 놓을 수도 있다. 그런 갑작스런 변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보자면 별반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러니 가랑비 올 때 우산부터 챙기는 것이 지혜다.

그런데 이런 발상은 실상 자연에 대해서만 품어야 할 일이 될 수 없다. 인간사회의 모든 변화 법칙은 이제까지 늘 자연의 그것들을 모방하고 따라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조상 때부터 무언가 하나의 이념에 사로잡히면 그 이념을 교조적으로 신봉, 사회의 정체를 초래하는 우를 범했다. 주자학이 그 발상지보다 훨씬 원리적으로 숭배된 고려 중엽 이후 조선말까지의 사회가 대표적으로 그런 모습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북한식 사회주의가 그리 비치고 남한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반공주의가 그러하다. 그래서 모든 종교, 이념이 한반도에만 들어오면 화석화된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나마 이제 우리 사회가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빠르게 국제사회를 향해 모든 문을 열어 제치면서 그런 화석화 경향이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물론 뒤따르는 부작용들만 잘 다스린다면...하는 단서는 붙여야할 터이다.

같은 사고의 흐름 위에서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혁안도 다시 바라볼 만한 의미 있는 변화다. 물론 이 법안이 당초 국회 상정될 때만 해도 ‘더 내고 덜 받자’는 개혁안의 핵심을 두고 시끄러웠다. 연금재정 안정화 문제는 복지사회를 지향해온 각국의 고민이기도 한데 그나마 우리는 정치멀미가 한창 심한 시점 탓인지 얼결에 후다닥 국회 처리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처럼만 내고 덜 받자고 쪽으로 손질은 됐지만 이런 변화도 다른 나라들의 예를 보자면 그리 쉽게 이루어질 사안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우리 사회의 유연화와 관련해 유의미한 변화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개편이다. 이르면 내주 중 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개편안에는 이미 알려진 바대로 두 가지 핵심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운용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문제와 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문제다.
 
이 두 문제는 결코 서로 분리되어 검토될 사안이 아니었다. 기금의 주식투자를 반대해온 논리가 정부의 편의에 맞춘 기금운용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제부처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관리·운용을 맡기 위해 논란을 벌여왔다. 다행히 그런 갈등의 결과 정부부처로부터 독립된 상설기구 설치라는 바람직한 타협안이 채택됐다고 한다.
 
이제 주식투자를 비롯한 기금 운용을 맡게 될 전문가 집단에 어떻게 독립적 판단을 할 권한과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울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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