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문화 차이…증권 직원이 오너·사장보다 많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한 차장급 직원이 올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이는 회사 오너는 물론 증권업계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업황 호조로 증권가의 상반기 급여 수준(성과급 포함)은 은행을 앞질렀다.
메리츠종금증권이 1인당 급여가 8800만원으로 업계 수위였다. 이어 한화투자증권(7700만원), 교보증권(7200만원), 하나금융투자(7100만원), IBK투자증권(4500만원), 대신증권(4300만원) 등 순이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상반기 평균보수액은 4750만원이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김연추 차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총 22억30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1억1100만 원을, 상여로는 21억1900만원을 받았다.
김 차장의 보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두 웃돌았다. 금융권에서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아온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20억2800만원)보다 많다.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13억1100만원)도 가뿐히 제쳤다.
증권사 CEO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15억1900만원,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대표이사는 14억4000만원을 받았다.
투자공학부 팀장으로 근무하는 김 차장은 자신이 총괄한 금융투자상품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 올해 상반기 큰 인기를 끌면서 고액 상여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횡보장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양매도 전략은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쓰는데 ETN은 개인투자자도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다.
김 차장은 소속인 투자공학부 실적에 따라 발생한 이연된 성과급 9억 원에 더해, 지난해 증권업계 투자금융 운용 부문에서 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을 인정받아 성과급 12억 원을 더 받았다.
오너나 대표이사보다 일반 간부 직원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례는 성과급제가 확산된 증권가에서 적지 않다.
한화투자증권도 부장과 상무보 4명이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5∼9억원을 받아 이 회사 보수 상위 명단을 점했다. 이들의 보수는 권희백 대표이사를 능가했다. 권 대표이사는 상반기 보수가 5억 원 미만이라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KB증권도 대표이사가 아닌 임직원 5명이 10억원 안팎의 보수를 받으면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차장급 직원이 두둑한 보수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시현한 성과와 그에 따른 보상이 비례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성과를 얻고 그 성과에 대해 최고의 보상을 한다는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는 보상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증권가만큼 고액의 연봉을 받은 임직원이 드물었다. 상위 연봉자는 대부분 대표나 임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상반기 급여 2억4000만원과 상여금을 합쳐 총 15억9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연봉과 장·단기 상여금을 포함해 총 13억5100만원을 받았으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7억2500만원을 받았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8억7500만원을 받았으며 윤종규 KB지주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상여금을 대부분 받아 올 상반기 급여는 5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상반기 7억4800만원을,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7억4500만원을 수령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임직원이 실적을 달성한 만큼 그에 준하는 보상이 이뤄지지만, 은행은 실적에 따른 차등 지급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업권 간 보수가 차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