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원 서성환 '뚝심' 깃든 제주 오설록
[르포] 장원 서성환 '뚝심' 깃든 제주 오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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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직접 개간 한라산 중턱 황무지, 세계 3대 녹차재배지 '환골탈태'
중국인 단체관광객 줄었으나 내외국인 '인산인해'…녹차 아이스크림 맛보려 장사진도
지난달 19일 국내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지난 4월19일 관광객들이 제주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어느 나라를 가도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통 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故) 장원(粧源) 서성환 선대회장은 우리나라 차 문화를 늘 아쉬워했다. 1000년 역사를 가졌지만,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보리차와 숭늉밖에 남지 않자 장원은 직접 차를 보급하겠다고 다짐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이 맹세는 1979년 현실이 됐다. 제주도 땅에서 녹차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장원은 제주도 남서쪽 한라산 중턱 황무지를 사들였고, 1979년부터 2년간 녹차밭을 일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지만, 한국 고유의 차를 키우겠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척박하기로 소문난 제주 땅에서 질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수십년간 버려졌던 땅에선 공사 장비가 고장나기 일쑤였다. 기계를 투입할 수 없어 사람 힘으로 돌과 잡목을 걷어낼 수밖에 없었다. 가뭄과 서리로 난항에 빠진 적도 있다. "제주도 다원 부지는 뭘 심어도 안 되는 불모지였어요. 그런 땅을 사들여 이년 동안 돌과 잡목을 걷어내고 돈을 뿌리다시피 해서 비옥한 땅을 만든 뒤 차나무를 심었지요."

돌과 바람이 전부였던 제주 황무지는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로 다시 태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직접 운영하는 차밭인 서광다원, 도순다원, 한남다원은 총 100만평에 이른다. 제주에서 자란 뒤 '오설록' 옷을 입은 녹차는 차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장원의 뚝심이 결실을 본 것이다.

19일 오전 오설록 티 뮤지엄 근처 서광차밭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지난 4월19일 오전 오설록 티 뮤지엄 근처 녹차밭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지난달 19일 오전 오설록 티 뮤지엄 내 티숍이 기념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지난 4월19일 오전 오설록 티 뮤지엄 내 티숍이 기념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광다원 근처에 터를 잡은 오설록 티 뮤지엄의 경우 연간 100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람객이 찾으면서, 제주도 관광 명소가 됐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아모레퍼시픽이 장원 뜻을 본받아 차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1년 제주 서귀포 안덕면 서광리에 세운 박물관이다.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세계적인 건축 전문 사이트 '디자인붐' 선정 세계 10대 미술관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19일 찾은 오설록 티 뮤지엄은 평일 오전인데도 관광객으로 붐볐다. 그런데 2년 전 박물관 전체가 중국어로 울리던 것과 달랐다. 주차장에서 대형버스 찾기도 어려웠다. 대신 중소형 자동차가 박물관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빠진 빈자리는 내국인이 채우고 있었다.

교복 입은 학생 무리부터 가족 단위, 군인들까지 박물관으로 발길을 향했다. 히잡을 두른 무슬림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이튿날 오후 찾은 제주시 '바오젠거리'와 대비된 풍경이었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바오젠거리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 탓에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보기 힘들었다.  

김지현 아모레퍼시픽 차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네 구멍가게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 활황을 이뤘지만, 사드 이슈가 터진 후 제주 모든 상권이 아작났다"며 "티 뮤지엄 관광객도 조금 줄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문자 감소 폭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과거 찾은 100명 중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면, 지금은 90명 가운데 80명은 내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오설록 티 뮤지엄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쪽 잔디밭엔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장원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 전신 동상이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오설록 티 뮤지엄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쪽 잔디밭에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 전신 동상이 서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박물관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오른쪽 잔디밭에 장원 동상이 서 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동상과 악수를 하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이 있다'고 얘기하자, 중년 여성 4명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장원과 손을 맞잡았다. 장원 동상은 아모레퍼시픽 신입사원들이 제주 현장 교육 때 들르는 필수 코스로 알려졌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삼국 시대에서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르는 찻그릇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일본과 중국, 유럽 찻잔을 전시해 동서양 차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선 차 선택과 음용 방법도 소개한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티숍이다. 녹차 잼 '녹차밀크스프레드'와 초콜릿, 영귤차 꾸러미를 두고 젊은 층이 빙 둘러섰고, 한켠에 있는 카페 앞엔 녹차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설록 티숍 직원은 "영귤차가 제일 많이 팔린다"며 "작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었지만, 내국인과 동남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 매출이 떨어지진 않았다. 오후엔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아모레퍼시픽 차 브랜드 오설록에서 지난달 7일 제주 차밭에서 올해 첫 햇차를 수확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7일 제주 차밭에서 올해 첫 오설록 햇차를 수확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왼쪽에서 두번째)가 제주 서귀포시 중산간서로(현 도순다원)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왼쪽에서 두번째)가 제주 서귀포시 중산간서로(현 도순다원)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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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ㅋㅋ이런 기사는 나도 써 2018-05-16 06:49:29
뭔말인지는 알겠는데. 대기업이 제주에서 청정이미지 활용해 사업하고 있는데, 얘네들이 사회적 책임은 지고 있는지. 그런걸 좀 조명해봐. 사람 많이 오는건 누가 모르나. 서성환이라는 사람의 뚝심까지 깃들었는데 제주 발전을 위해 뭘 했는지. 에효. 이런 사내 정보지 같은 기사는 나도 쓴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