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펫푸드-下] 무늬만 프리미엄, 제도·기준 '허술'
[질주하는 펫푸드-下] 무늬만 프리미엄, 제도·기준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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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에서 팔리는 프리미엄급 펫푸드 제품들의 표시사항에는 원료의 산지나 함량이 전혀 적히지 않았다. 오른쪽 제품은 '유기농'이라는 단어를 원료명마다 붙였지만 어느 기관에서 인증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사진 = 박지민 기자)

원산지·함량 표시 수준 미흡…소비자 '알권리' 충족 어려워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쏟아져나오는 펫푸드 제품들은 일제히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강조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진짜' 프리미엄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펫푸드와 관련한 제도적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서울파이낸스 취재 결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펫푸드 제품은 대부분 주원료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표시하지 않았거나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표시하지 않았다. 프리미엄을 앞세운 제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LG생활건강에서 판매하는 펫사료 제품 '시리우스 윌'의 경우, 국내산 한우와 홍삼을 넣었다고 광고하지만 제품에 해당 원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하림펫푸드의 '더리얼 그레인프리 소고기' 제품도 신선한 생 소고기를 사용한다고 홍보하지만 원산지와 함량은 적혀있지 않다.

사료 제품이 식품 관련법이 아닌 사료관리법을 따르기 때문인데, 펫푸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 비해 표시 기준 등은 느슨하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람이 먹는 식품은 제품명에 원료명이 포함됐을 경우, 해당 원료의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법으로 규정한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원산지 표기도 의무다.

프리미엄뿐 아니라 '유기농'이나 '친환경'처럼 그럴듯한 표현의 제품명 사용에 대한 법적 기준은 사실상 전무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반려동물용 유기사료 인증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2019년까지 표시를 유예했다. 즉, 2018년 12월31일까지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유기농 표시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와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존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고 강조하는 펫푸드 제품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효한 인증인지는 제대로 점검되지 않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해외 유기농 인증 표시에 대해 점검하지 않는다"며 "다만,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제품은 한국사료협회 등 민간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서 마련한 반려동물 유기사료 인증제가 지난 6월3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해당 인증을 받은 업체나 제품은 단 1건도 없다. 농관원 관계자는 "농식품부에서 도입한 인증제를 통해 유기 인증을 받았다면 농관원 등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인증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생산시설 위생관리도 미흡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축산 농가에서 쓰이는 사료와 반려동물용 사료가 같은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국에서 위생 관리·점검에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펫푸드 업체 관계자는 "실제 사료 공장에 가보면, 원료 보관 시설조차 갖춰있지 않은 곳이 꽤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일부 제품도 사람이 먹는 식품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은 '무늬만' 프리미엄이 아니라 진짜 프리미엄 제품을 믿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30대 여성 이지혜씨는 "프리미엄 제품을 보면 용량이 1kg 밖에 안 되는데도 가격이 2~3만원대로 상당히 비싸다"면서 "프리미엄급이라곤 하는데 원산지도 제대로 써있지 않아서 정말 그 값어치를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반려동물은 내 자식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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