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용진 맥주' 데블스도어 양조장 체험기
[르포] '정용진 맥주' 데블스도어 양조장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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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트인 데블스도어 매장 한 켠에는 수제맥주를 만드는 양조시설이 갖춰져 있다.(사진 = 박지민 기자)

센트럴시티점 내 시설서 물·보리·홉·효모만 사용
12월부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아카데미 운영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지금 이순간에도 쉴새없이 맥주를 만들고 있어요. 하루에 약 4000리터의 신선한 맥주가 손님들에게 공급되고 있죠"

지난 3일 '맥주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을 찾았다. 데블스도어는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PUB)이다. 미식가로 소문난 정용진 신계계그룹 부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데블스도어가 '정용진 맥주' 또는 '정용진 펍'으로 불리는 이유다.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하는 곳은 한쪽에 자리잡은 맥주 양조장. 흡사 거대한 공장의 일부를 떼다 옮겨놓은 듯 우람한 탱크가 줄지어 서 있다.

데블스도어는 신세계푸드가 지난 2014년 첫 선을 보였다. '맥주 마니아'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차린 가게로 유명세를 탔다. 데블스도어에선 양조시설을 통해 직접 맥주를 빚은 수제맥주 5종을 맛볼 수 있다. 이날 맥주에 대해 강연한 오진영 브루마스터는 "데블스도어에서는 물과 보리, 홉, 효모 등 독일의 '맥주 순수령'에서 정하는 4가지 재료만으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브루마스터에서 맥즙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 박지민 기자)

양조과정은 맥주 발효 전 상태인 '맥즙'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맥즙은 커다란 탱크 2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양의 브루하우스(Brewhouse)에서 만들어졌다. 첫 탱크에서 맥아(싹을 틔워 구운 보리, 몰트)를 물과 섞어주며 전분을 당으로 추출한다. 둘째 탱크로 옮겨지면 맥아 찌꺼기와 맥즙이 분리된다.

완성된 맥즙은 다시 100℃로 끓인 뒤 홉을 넣어준다. 홉은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내주고, 균의 번식을 막는다. 이 단계까지 마치면 발효만 남는다. 깔때기 모양의 발효탱크로 옮긴 맥즙에 효모를 넣어주면 서서히 발효된다. 오 브루마스터는 "효모가 맥즙 속의 당을 먹고 활동하면서 맥즙을 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천연 탄산이 만들어진다"며 "발효탱크는 이 탄산이 빠져나가지 않고 제품에 포집되도록 압력을 유지해준다"고 설명했다.

▲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는 탈세 방지를 위해 유량측정기로 공급량을 정확하게 체크한다.(사진 = 박지민 기자)

재밌는 사실은 이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그 누구도 임의로 퍼나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 브루마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만들어진 맥주는 저장탱크와 이어진 관을 통해서만 공급된다. 공급량을 정확하게 체크해 세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양조장 벽에는 유량측정기가 설치돼 있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수제맥주를 직접 맛봤다. 페일에일, IPA, 스타우트, 헬레스, 하남페일에일, 해운대다크바이젠 총 6종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IPA와 하남페일에일, 해운대다크바이젠이었다. 인디아페일에일(India Pale Ale)의 약칭인 IPA는 쓴맛을 내는 '홉'의 함량이 높으면서 상큼한 과일향이 도는 것이 특징. 데블스도어의 IPA는 쌉쌀한 맛과 상큼한 향의 균형감이 탁월했다.

▲ 왼쪽부터 페일에일, IPA, 스타우트, 헬레스, 하남페일에일, 해운대다크바이젠 등 수제맥주 6종을 시음해봤다.(사진 = 박지민 기자)

하남페일에일은 자몽과 레몬껍질을 첨가해 상큼한 열대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있을 법한 맛이다. 입안에서 싱겁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은 다소 아쉽다. 해운대다크바이젠은 쓴맛을 연상케 하는 짙은 색과는 달리 향긋하고 달큰한 바닐라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일반 밀맥주보다는 묵직하면서도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데블스도어는 브랜드 론칭 3주년 기념으로 각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특징을 살린 한정판 3종을 출시했다. 하남페일에일은 데블스도어 하남점에서, 해운대다크바이젠은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 센트럴시티점의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곧 출시될 예정이다. 버번 위스키통에서 5개월간 숙성해 커피향과 초콜릿향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 오진영 브루마스터가 양조장 내 발효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 박지민 기자)

전유광 신세계푸드 외식팀장은 "데블스도어는 동일매장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판매량이 늘어 올해는 월 평균 5만잔의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며 "오는 12월에는 제주 신화월드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양조장이 갖춰진 매장에서 생산한 수제맥주를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블스도어는 오는 12월부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함께 맥주아카데미를 마련할 계획이다. 수제맥주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에게  맥주 양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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