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후', 아모레 '설화수' 앞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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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윤조에센스'(왼쪽)와 LG생활건강 후 '비첩 자생 에센스'. (사진=각 사)

궁중처방 앞세워 중국서 고성장…1등 한방화장품 브랜드 바짝 추격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 화장품산업의 쌍두마차 격인 아모레퍼시픽와 LG생활건강이 키운 한방화장품 브랜드의 선두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LG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오브 후'(후)의 성장세가 무섭다.

LG생건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를 누르기 위해 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1등 자존심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지각변동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후의 연매출은 3년 새 6배가량 뛰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르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LG생건은 후 매출액이 이달 초 1조원을 넘어섰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지난해 11월3일 후는 LG생건 브랜드 중 첫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이보다 한 달이나 더 빠르다. 후는 설화수보다 후발주자지만,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빨리 매출 1조원에 도달했다. 2003년 LG생건이 '궁중처방' 콘셉트를 강조하며 선보인지 14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1997년 출범 후 연매출 1조원 브랜드가 되기까지 약 18년이 걸렸다.

2013년까지만 해도 후 매출액은 2000억원대였다. 그러나 이듬해 4310억원으로 112% 증가하더니, 2015년에는 8081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LG생건 측은 한방연구소 기술과 궁중 문화유산을 적용한 디자인, 고가 마케팅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을 고성장 배경으로 꼽는다. 중국 현지에서는 상위 5% 부유층을 대상으로 뷰티클래스와 메이크업 행사도 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권 화장품 매체 관계자, 오피니언 리더 등 200여명을 초청해 출시 10년을 맞은 '후 비첩라인' 성과를 알리기도 했다. LG생건은 올해 후의 매출이 1조3500억원에 것으로 기대한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후보다 한 달 빠른 지난 9월 1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을 받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최근 면세점 매출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설화수 매출 예상치를 1조6000억원으로 밝힌 점을 참고하면, 올해도 1조원 후반대를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매출에서는 이미 후가 설화수를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호텔신라 서울점에서 설화수를 제친 데 이어 올해는 모든 면세점을 통틀어 매출 1위에 올랐다. 면세점은 중화권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하는 바로미터 격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후는 올해 1~8월까지 면세점에서 매출 3650억원을 기록하며, 설화수(3649억원)를 앞질렀다. 2013년까지만 해도 후 면세점 매출액은 347억원으로 설화수(1147억원)보다 800억원 차이났지만, 점차 격차를 줄였다. 2014년 후 매출은 1825억원으로 급증하며 설화수(2083억원)와의 간격을 200억원대로 좁혔다.

중국 현지 매장 개수도 후가 앞선다. 2006년 중국에 첫발을 디딘 후의 10월 기준 현지 매장은 182개로, 설화수 123개(2분기 기준)보다 59개 많다. 업계에서는 후가 지금과 같은 신장세를 유지한다면 설화수를 역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모델 기용 유무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화장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돼, 브랜드 이미지가 한몫을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브랜드에 맞는 모델과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화수는 제품력을 강조하면서 전속모델을 발탁하지 않았지만, 후는 2006년부터 배우 이영애를 전속모델로 기용했다. 모델 이름은 대표 제품 앞에도 붙으면서 인지도 높이기에 일조하고 있다. LG생건 측은 후 대표 제품 '비첩 자생 에센스'는 일명 '이영애 에센스'로 알려지며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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