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87% "고객보다 실적에 유리한 상품 팔아봤다"
은행원 87% "고객보다 실적에 유리한 상품 팔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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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인 강매+본인 가입 빈번…금융노조 "과도 경쟁·평가 부담 내몰려"

▲ 자료=금융노조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은행원의 90% 가량은 고객의 이익보다 은행 실적에 도움되는 상품을 판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에 금융상품을 강매하거나, 본인 자금을 털어 상품 가입 실적을 높이는 사례도 빈번했다. 은행원들이 과도한 성과 평가와 경쟁에 내몰리면서 고객들의 이익까지도 저해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16일까지 조사에 응답한 3만44명의 직원(14개 은행 소속) 중 87%가 고객 이익보다 은행 핵심평가지표(KPI) 실적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은행원 중 75%는 가족과 친구, 지인 등에게 상품을 강매해본 경험이 있었고, 고객 의사와 무관한 은행전략 상품을 판매한 경우도 65%(복수 응답)나 됐다. 절반 이상인 59%의 직원은 KPI 평가 점수가 높은 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고 밝혔고, 본인 자금으로 상품을 신규가입해본 적 있다는 직원도 40%로 나타났다.

은행원들이 고객 이익보다 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유(복수 응답)로는 '과도하게 부여된 목표(66%)'가 꼽혔다. KPI 평가 제도 자체가 은행 수익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56%로 높게 나타났다. 54%는 KPI 평가 제도가 단기 실적 위주이기 때문에, 절반인 50%는 캠페인과 프로모션 등 추가 목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은행 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인 역시 압도적인 1위(65%)로 과도한 (실적)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꼽혔다. 2위인 장시간 노동은 11%로 격차가 컸다. 은행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350시간으로 국내 전체 노동자(2069시간)이나 일본 노동자(1713시간)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

이에 향후 희망퇴직 기회가 주어진다면 퇴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32% 수준에 불과했다. 부지점장급(57%)과 차장급(46%)의 응답 비율이 높았지만, 퇴직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행원·계장급의 비율도 37%에 달했고, 과장급은 39%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서는 KPI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37%로 가장 많았고, 지점별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응답도 24%로 뒤를 이었다. 부서나 지점 내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4%로 높게 나타났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단기실적 위주의 KPI 탓에 은행들은 보여주기식 실적 달성을 위해 역마진 출혈경쟁까지 서슴지 않고, 공항, 지자체 금고, 병원, 대학 등 주요기관 내 출점을 위한 경쟁에 수십, 수백억원의 손실까지 감수하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또한 과도한 실적경쟁으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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