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 김원회 전 홈플러스 본부장 1년씩 줄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재판에 넘겨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전 임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고문)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다.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과 이모 전 홈플러스 법규관리팀장에겐 1년씩 줄어든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성분으로 살균제를 제조·판매할 경우 소비자가 호흡기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시중 유통 제품을 모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안전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살균제를 판매할 당시 원료가 유독물질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 데다 이미 유통되고 있던 옥시 제품의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을 형량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전 일상용품팀장 조모씨에겐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홈플러스 주식회사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롯데마트 전 상품2부문장 박모씨와 전 일상용품팀장 김모씨, 롯데마트 제품 기획에 관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사의 한국법인 품질관리(QA)팀장 조모씨에겐 각각 금고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두 회사 제품의 제조사인 용마산업 김모 대표에겐 금고 3년이 선고됐다.
롯데마트는 2006년, 홈플러스는 2004년 용마산업에 제조를 맡겨 옥시와 같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옥시처럼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로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