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천당에서 지옥으로'…'신약의 꿈' 제약업계에 교훈
한미약품 '천당에서 지옥으로'…'신약의 꿈' 제약업계에 교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한미약품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지난해 한미약품은 한마디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신약개발' 한 우물을 파온 것으로 잘 알려진 한미약품은 8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계약을 성공시켜 축포를 쏘며 한 해를 시작했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그에 못지 않은 쓰디 쓴 맛을 경험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전체 제약시장을 들었다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2016년은 신약개발을 통한 대박의 꿈을 꾸고 있는 수많은 제약회사들에게 큰 교훈을 남긴 한 해였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2015년 터뜨린 '대박'에 대한 보답으로 연초 직원들에게 총 1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통큰' 성과급을 지급했다.

회사는 9월29일 다국적제약사를 상대로 또다시 1조원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신약대박의 꿈을 한껏 부풀게했다. 한미약품 주식은 1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 받으며 황제주로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만에 반전됐다. 30일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했던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의 임상시험이 무산됐다는 비보가 날아들었기 때문. 베링거로부터 개발 권리가 반환됐다는 이 악재는 임상시험 중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또 다른 소식을 가져왔다. 여기에 회사 측이 일부 관계자들의 손익 보전을 위해 공시를 하루 늦게 발표했다는 '늑장공시 의혹'까지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날 회사 주가는 전장(62만원) 대비 18.1%(11만2000원) 떨어진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한미약품의 일부 임직원들은 계약이 파기됐다는 악재성 정보를 공시 전에 미리 입수하고 이를 유출, 총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현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45명 중 17명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 임상시험 중 사망 환자가 발생한 사건 또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약물을 투약한 환자 중 2명이 중증피부 이상반응인 독성표피괴사용해(TEN)와 스티븐스존스증후군(SJS)으로 사망한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전문가와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한미약품은 부작용 '늑장보고 의혹'의 눈초리도 받아야 했다. 2015년 7월 이미 임상 중 SJS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1년이 지난 2016년 9월 이를 식약처에 보고한 것이다. 천정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한미약품이 부작용 사실을 숨기고 해당 약품의 사용 허가 신청을 했다면 심각한 문제이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약품 3분기 외형 성장과 수익성 부문까지 뒷걸음질쳤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197억2000만원, 137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8.1%, 61.5% 감소했다.
 
회사는 이후 두 번의 암초를 더 만났다. 지난 12월 초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의 임상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데 이어 29일에는 사노피와의 계약이 수정되면서 2500억원을 반환하게 된 것이다.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대신증권은 회사 목표가를 45만원으로 35.7%나 하향 조정했다. 회사가 처한 상황은 주식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연초 79만1000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12월 29일 증권시장 폐장일, 61.4% 폭락한 30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1년 간 4조원 이상이 증발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으로 인해 제약·바이오 시장이 울고 웃었던 한 해"라며 "이 회사로 인해 부작용 보고 시스템과 임상 문제, 공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하게 한미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제약업계가 성숙해지기 위한 성장통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큰 액수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밖에서 보면 안좋은 악재만 겹친 한 해로 볼 수 있지만 남은 계약 건을 충실히 진행해가며 내실을 다지면 글로벌 신약 개발도 머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