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7 전량 교환] 뜨거운 반응 '이례적'…전화위복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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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등 호평에도 타격 불가피…명쾌한 폭발 원인 규명 '선결 과제'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삼성전자의 '통 큰 결단'이 시장으로부터 이례적일 만큼 호평받고 있다. 이번 리콜 조치로 삼성전자가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2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갤럭시노트7 품질 분석 결과 브리핑을 열고 국·내외에서 판매된 모든 갤럭시노트7 제품에 대해 신제품 교환 또는 환불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입게 될 손해는 2조원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결함이 의심되는 배터리를 사용한 갤노트7이 공급된 지역은 10개국, 140만~150만대로 추산된다. 각국 통신사 매장에 진열된 제품까지 합치면 250만대에 달한다. 판매가 기준 2조 5000억원, 원가로 추산해도 1조~1조 5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사장은 “갤노트7 전량 리콜로 인한 소요 비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단지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전면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은 고객의 안전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외에서 출고된 뒤 2주 동안 갤노트7을 산 고객들은 사전예약 결정을 내린 이들”이라면서 “그분들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배터리만 교체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 직원들도 이것은 금전 규모에 상관없이 고객의 안전과 만족, 품질 기준에 상응하는 응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관련 의견 개진이 활발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제품의 결함을 쿨하게 인정하고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감수한 전량 리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린데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와 대리점, 그리고 네티즌의 평가가 대부분 우호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삼성의 전량 교체는 이례적이며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배터리만 교체해준다고 나왔다면 소비자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제품으로의 교환,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 환불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보상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삼성이라면 하자가 발생해도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회사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였으니 일부는 마음을 돌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전량 리콜’ 조치를 두고 1995년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제품 화형식’이 생각난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불량률이 높은 무선전화기 15만여대를 불태우는 화형식이 거행됐고, 삼성전자는 이때의 충격으로 ‘품질경영’에 돌입해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호평은 더욱 뜨겁다. '대기업이 이같은 우호적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낯선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리콜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윤리경영”, “리콜이 갤노트7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행어에 비유해 '신의 한 수'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보인다. 제품의 유해성이나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최근 물의를 빚은 옥시와 폭스바겐 등과 비교해 호평하는 글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한 네티즌은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을 언급하면서 "AS는 삼성이 몇 수 위"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애플은 과거 '배터리 교체' 방식으로 아이폰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호평과는 별개로 애플 등 경쟁사와의 초기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입게될 타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애플의 새 아이폰과 LG전자의 V20이 동시에 공개(7일)되기 직전에 이같은 사건이 터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9월 초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을 의식해 출고 일정을 당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아이폰 출시 뒤 경쟁이 격화될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 대한 신뢰회복으로 이어져 '반전카드'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단, 이같은 기대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터리 폭발의 기술적 원인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폭발의 구체적인 원인이 아직 명쾌하게 나오지는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극판의 눌림이나 절연테이프의 수축 등 여러 문제가 겹쳤을 때 문제를 일으키는 걸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 자체가 하자의 원인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 나아가, 부담스럽겠지만  원인 규명과 동시에 해당 배터리 공급업체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도 신뢰 회복을 위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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