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은 수제버거 무덤…'쉑쉑버거'는 다를까?
[초점] 한국은 수제버거 무덤…'쉑쉑버거'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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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국내 첫 상륙한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쉐이크쉑버거(Shake Shack, 이하 쉑쉑버거)가 최근 폭염경보가 잇따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남역 매장에 매일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다만 판매 직후부터 지속되는 '비싼 가격' 논란과 함께,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수제버거 브랜드가 연착륙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제 2의 스타벅스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1인당 1만6700원?…"브랜드 파는 '스벅'과 맥을 같이 해"

▲ 쉑쉑버거 제품사진 (사진 = SPC그룹)

2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뉴욕 버거'로 불리는 '쉑쉑버거'는 지난 2001년 미국의 식당사업가인 대니 마이어가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노점상으로 창업한 상표로 이미 영국, 두바이, 일본 등에 진출해 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의 SPC그룹과 손을 잡고 국내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총 13개국으로 늘어났으며, 98번째 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쉑쉑버거' 브랜드가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쇠고기, 독특한 소스 사용 등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문을 여는 매장마다  2~3시간씩 줄을 서는 인파들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식시장으로도 이어졌다. '쉑쉑버거'가 오픈한 22일에는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의 주가가 6.9% 올랐는데, 쉐이크쉑 인기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쉑쉑버거' 가격과 관련해선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는 모습이다. 또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세트메뉴가 없다는 점도 쉐이크쉑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버거(6900원)와 감자튀김(3900원), 쉐이크(5900원) 등을 세트메뉴로 가정하고 주문했을 경우 1인당 1만6700원이나 든다. 2인용으로 먹었을 경우 3만원이 훌쩍 넘는데 웬만한 외식값보다 비용이 더 들게되는 셈이다.

회사 측은 "'커피가 아닌 브랜드를 마신다'는 스타벅스 커피 마케팅처럼 수제버거도 국내서 브랜드화 시키기 위해 가격 정책면에서 불가피했던 일"이라며 '비싼 몸값'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실제 '쉑쉑버거'는 반려견을 위한 메뉴가 있는 스타벅스처럼 '백 오 본'이라는 강아지용 비스킷 5개 세트를 판매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도 스타벅스와 비슷한 포지셔닝을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상당수 소비자들은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로 이루어진 세트메뉴와 할인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이러한 마케팅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 기존 수제버거 성적표 '낙제점'…"성공여부 판단 일러"

이처럼 '쉑쉑버거' 열풍이 거세지자 기존에 국내 도입된 수제버거 브랜드들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크라제버거'와 '모스버거'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지난 1998년 국내에 처음으로 '수제버거'라는 타이틀로 선보였던 크라제버거의 경우, 당시 햄버거는 '정크푸드'가 아닌 '웰빙'음식이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경쟁 수제버거 브랜드가 많아진 탓인지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 때 전국 매장을 100여개까지 늘리기도 했지만 부도 후 현재는 10여개 매장밖에 남지 않았다. 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예비입찰에 참여한 세 곳 업체가 모두 불참하는 등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좌) 모스버거와 크라제버거(우)

또 일본 수제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도 지난 2011년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미디어윌그룹과 합작해서 '모스버거코리아'로 한국에 상륙했지만, 현 시점에서의 성적표는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실제 모스버거코리아는 2016년 중순까지 50개 점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현재 점포 수는 13개 지점뿐이다.

더욱이 '모스버거'는 축소돼 가는 일본 외식산업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 진출 후 5년이 됐음에도 점포 수를 생각보다 많이 늘리지 못하자, 결국 계획보다 일찍 가맹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대표적인 햄버거 브랜드들도 속속 수제버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실제 롯데리아는 이달 초 주문을 받은 후 만들기 시작하는 '주문형 햄버거' AZ(아재)버거를 출시했으며, 맥도날드도 수제버거 '시그니처 버거'라는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KFC는 '가격인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개점 초기라는 점에서 호기심에 비싼 값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쉑쉑버거'의 경우 스타벅스와 같은 미국 브랜드라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성공 여부를 장담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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