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원이면 정규직"…비정규직 울리는 한국지엠 '취업장사'
"8천만원이면 정규직"…비정규직 울리는 한국지엠 '취업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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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업체 직원에 정규직 대가 요구
10여 년간 지속돼온 '고질적 악습'

[서울파이낸스 정수지기자] 검찰이 한국지엠주식회사(이하 한국지엠)의 전·현직 회사 임원 및 노조 간부들의 납품 비리에 이어 협력(도급)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얽힌 노사의 채용비리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한 1차 도급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 직원 A씨는 지난해 말 한국지엠 정규직 직원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8000만원이 있으면 '발탁 채용' 때 무조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지엠은 정기적으로 1차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내부에서는 이를 '발탁 채용'으로 부른다. 1차 도급업체 직원들만 정규직으로 '발탁'될 수 있다.

A씨는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도 있겠지만, 정규직 직원이 회사 윗선이나 노조 간부에 줄을 대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8000만원을 주고 정규직이 돼도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다른 동료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제안을 거절했다고 실토했다.

한국지엠 내부 직원들은 회사와 노조가 얽힌 취업비리를 10년 넘게 이어져 온 고질적인 '악습'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청탁의 경로는 회사 내부에서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노조 집행부나 대의원을 통해 회사 윗선과 줄을 대는 경우다. 현재 한국지엠 생산직 가운데 전직 노조 간부의 자녀, 친인척, 지인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방법은 사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는 정규직 직원을 통하는 것이다. 노조 간부와 인연이 없는 협력업체 비정규 직원도 이 같은 중간 연결책을 통해 회사 윗선과 줄이 닿으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의 한 정규직 직원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친구가 협력업체를 거쳐 정규직으로 발탁된 적이 있다"며 "조용히 있어도 알려지는 판에 주변에 누구의 '빽'으로 들어왔다고 자랑해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직원들은 대부분 근태(근무 태도)가 좋지 않다"며 "협력업체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며 정규직 전환을 꿈꾸는 많은 비정규직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좌절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발탁 채용 공고도 1차 도급업체 소속 상당수 비정규 직원은 응시를 포기한다. '빽이나 돈이 없으면 사실상 정규직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이런 '취업 장사'를 한 인물로 퇴직한 임원급 간부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전직 임원은 자신이 바지사장을 앉힌 도급업체를 운영하며 해당 업체 소속 비정규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달 1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미국 글로벌 GM그룹에 보고한 뒤 노사 비리와 관련해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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