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포스코·현대제철, 불황 탈출 "따로 또 같이"
'라이벌' 포스코·현대제철, 불황 탈출 "따로 또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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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는 지난 1월 열린 '2016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자동차강판이 모두 적용된 철강 차체를 선보였다. (사진=포스코)

철강재 가격 놓고 같은 걸음…자동차 강판 시장에서는 '격돌'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내 철강업계 맞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업황 부진에 따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따로 또 같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 경쟁구도 속에 있는 두 회사는 철강재 가격 인상카드를 동시에 꺼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강판을 놓고는 시장 선점을 위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열연 제품의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인상했다. 이달부터는 톤당 1만원을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이달 1톤당 1만~2만원의 열연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철강업체들은 저가 중국산 철강재로 가격 인상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이 구조조정과 함께 생산량을 감축하면서 가격을 끌어 올렸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철강 생산능력을 최대 1억5000만톤 감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철광석 가격은 톤당 63.74달러(지난 7일 기준)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가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가격 인상요인이 생겼다"며 "그동안 업황 부진에도 가격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번 인상으로 수익성에도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는 반면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자동차강판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적으로 포스코는 지난 8일 출시된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에어'에 월드프리미엄 고강도강을 약 71% 적용했다. 지난해 6월 쌍용차와 고품질 자동차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차 개발에 따른 신소재 적용을 확대키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따른 것이다.

같은 해 10월에는 르노삼성자동차와 고품질의 자동차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이후, 최근 출시된 SM6에 자사의 자동차강판을 100% 적용시켰다.

포스코는 한국GM과 2014년부터 생산·기술·마케팅 등 관련 부서 전원이 참여한 협의체를 결성해 솔루션 공동개발에도 나서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3개사와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는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이라는 안정적 수요처를 기반으로 국내 자동차강판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고급 자동차강판 전용 공장 증설이 예정돼 있어 판로 개척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현대제철의 2014년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약 480만톤이다. 현대기아차에 공급을 늘리면서 전년대비 38%가량 늘어난 수치다. 포스코는 약 817만톤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했다. 이 중 국내 판매량은 237만톤으로 전년대비 12% 감소했지만 수출 규모는 17% 증가한 580만톤이다.

이는 포스코의 현대기아차 물량이 현대제철로 빠지면서 국내 판매가 줄어든 반면, 해외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수출량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860만톤 수준인 자동차강판 판매량을 2018년 1000만톤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솔루션마케팅'을 적극 전개해 WP 자동차강판 판매 비중을 70%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현대제철이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32kg급 고강도강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시한 '제네시스 EQ900' 차체에 자사의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의 협업을 통해 초고장력 강판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신형 제네시스, 2016년형 투싼, 스포티지 등에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이 대거 적용됐다. 지난해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간의 합병으로 자동차 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뤘기에 가능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냉연 제품의 70~80%가 자동차강판일 정도로 초고장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현재 현대기아차의 적용비율이 50% 이상이다. 앞으로 모든 차종에 적용해 비율을 높이면서 경량화 및 안정화 방향으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강재 주 수요처인 조선업이 부진하면서 수요가 줄어 철강업체들이 자동차 쪽으로 판매활로를 뚫으려 한다"며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세계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동차강판시장은 수요가 꺾이지 않고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시장에 쏟아지는 와중에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연비 경쟁에 따라 초고장력 강판 등 신강종 개발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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