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철근·양철통·스티로폼, 경고 무시…타이완 두부빌딩 '부실 집합체'?
실철근·양철통·스티로폼, 경고 무시…타이완 두부빌딩 '부실 집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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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대만 지진으로 붕괴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물 벽과 기둥 안에서 양철 깡통과 스티로폼이 다량 발견돼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타이난시 웨이관진룽 빌딩 기둥에서 발견된 양철 식용유통과 스티로폼. 2016.2.9 <명보 캡처> (사진=연합뉴스)

웨이관건설 파산, 피해 보상 어려울 듯…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타이완에서 발생한 강진 당시 붕괴돼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웨이관진룽 빌딩이 타이완은 물론 해외언론의 타깃이 되고 있다.

마치 두부처럼 건물이 출렁거리다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해서 '두부빌딩'으로 이름 붙여진 건물의 잔해에서 콘크리트와 철근 대신 식용유통과 양철통들이 대거 발견돼 ‘두부공정’(부실공사)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부실공사로 지은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두부에 비유한다. 이에 자칫 '부실시공의 집합체'라는 국제적 불명예를 떠안을 수도 있는 분위기다.

주상복합건물인 웨이관진룽 빌딩은 16∼17층 건물 4개 동으로 이뤄졌으며 지진 발생 직후 차례로 붕괴됐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41명 가운데 39명이 웨이관진룽에 있다가 희생됐으며 붕괴한 건물 안에 109명이 갇혀 있다.

10일 타이완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붕괴한 웨이관진룽 빌딩의 벽에서 양철 식용유통과 스티로폼이 잇따라 발견됐다. 일부 건물 기둥의 중심에는 스티로폼이 들어가 있으며 주변 철근도 매우 가늘어 기준치에 미달한다. 구조대원들조차 시공 방법이 이상해 보인다면서 부실공사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웨이관진룽 빌딩을 제외한 인근 다른 건물들이 붕괴하지 않은 점도 웨이관진룽의 부실시공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이 건물은 1999년 대지진 때도 크게 파손돼 위험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이번 피해가 사실상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만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22년 전 웨이관진룽 빌딩이 건축 중일 때 건설사 웨이관건설에 재무 위기가 발생했고 이 건물이 가까스로 완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건물 누수와 엘리베이터 잡음 등 문제가 상당수 발생해 주변 건물보다 싸지만 지난 2년간 한 채만 거래됐다는 부동산업자의 증언도 나왔다.

한 주민은 AFP통신에 "최근 몇년 간 몇 차례 지진 때 건물 벽에 금이 가고 타일이 떨어져 주민들이 항의했다"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건물업자가 범죄혐의로 기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타이완 언론들이 식용유통으로 만들어진 건물기둥을 근거로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일부 건축 전문가들은 장식용 건물기둥에 사용된 재료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타이난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공장이 있어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타이난 검찰은 9일 웨이관건설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부실공사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라이칭더 타이난 시장도 건설업자가 법을 위반했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웨이관건설이 이미 파산해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론이 전했다.

한편 대만 중앙재해대책센터는 9일 밤 현재 41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544명에 달했다. 사망자 가운데 남성 16명, 여성 22명 등 38명이 16층짜리 웨이관진룽 빌딩에서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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