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노후준비 없이 평생 은퇴할 수 없다
[전문가기고] 노후준비 없이 평생 은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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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당장 쓸 돈도 없는데 연금은 무슨 수로 적립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금융에는 시간의 마법이라는 게 있다. 전문용어로는 화폐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라고 한다. 연금처럼 장기간 투자하는 상품은 복리로 투자된다. 이자가 원금에 합쳐져 계속 불어나므로 처음엔 좁쌀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커진다.

매달 10만원씩 30년간 붓는 게 10년간 30만원씩 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쌓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중에 연봉이 오르고 수입이 많아지면서 불입금을 증액해도 좋다. 집 지을 때와 마찬가지다. 주춧돌부터 놓으라는 거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유행어를 꼽으라면 단연 '반퇴(半退)'다. '퇴직=은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퇴직하고 나서도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있다. 기대수명이 80세이던 시절에는 돈 버는 기간과 쓰는 기간이 비슷했다. 젊을 때 목돈을 모아 나이 들어 적당히 쓰면 됐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퇴직 후에도 40년을 더 버텨야 한다. 자식한테 기대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재취업이든 창업이든 나이가 들어도 쉴 수가 없다.

문제는 퇴직한 직후부터 나타난다. 퇴직과 동시에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면 공포감이 훅 다가온다. 조기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고통은 더 크고 일찍 시작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 정년 60세를 채운다고 해도 1969년생 이상은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소득공백기를 ‘은퇴 크레바스’라고 부르는데, 크레바스란 빙하가 갈라지면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말한다.

은퇴 크레바스를 무사히 건너려면 퇴직 후부터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수입이 있어야 한다. 이때, 준비된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다.

버는 기간은 짧고, 쓰는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는 100세 시대에는 생애재무설계도 보다 전략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길어진 노후만큼 준비기간이 길어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젠 노후준비도 직장 일처럼 스마트하게 시작해야 할 때다.

먼저 새는 돈 없이 꼼꼼하게 소득을 관리해보자. 생활비, 자녀교육비 지출로 노후 준비는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쓸 돈 다 쓰다 보면 저축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돈이 줄줄 새는 경우도 많다. 장기적으로 지출이 발생하는 교육비와 노후를 대비한 저축이 균형있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

노후준비 저축은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20대부터 노후준비 저축을 시작하면 월 100만원만으로 60세에 3억4000만원을 모을 수 있지만, 50대에 시작하면 매달 그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저축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보면 나중에 더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개인연금으로 노후생활비와 조기퇴직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필요로 하는 노후생활비에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예상 수령액을 뺀 부족액은 개인연금으로 준비하도록 하자. 직장인들은 조기퇴직에 대한 대비도 꼭 필요하다. 소득이 갑자기 끊기거나 퇴직 후 재취업까지 구직기간이 길어질 경우 개인연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보장자산도 은퇴자산도 부족하다면 '3세대 종신보험'을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최근 출시된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외에도 노후자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노후 생활비, 의료비, 간병비를 한꺼번에 준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3세대 종신보험을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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