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고객 수수료 단계적 현실화 필요"
"은행 대고객 수수료 단계적 현실화 필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국내은행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현재의 국내 영업환경 하에서는 수수료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가계금융에 앞서 기업금융 수수료를 재편하거나 고객 차별화에 따른 수수료 부과 등의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개발·운영하는 등의 비용 절감 방안과 제도 보완을 통한 해외 진출 및 해외 투자 강화 등의 시장 확대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23일 서울YWCA에서 열린 '국내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우리 은행의 대고객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6년 12%에서 지난해 7.5%로 크게 감소했다"며 "특히 자동화기기 업무의 경우 적자 상태에 있어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다만, 계좌이동제가 도입으로 은행의 수수료 감면 폭과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대고객수수료 현실화를 통한 기대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도 "미국의 경우 계좌 유치 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비이자이익 창출 기반이 마련돼있으나 국내 은행은 관행과 문화 등의 영향으로 수수료 수익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김 박사는 서민에게 충격을 주는 가계금융 관련 수수료보다 기업관련 수수료부터 현실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수수료 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외환송금수수료는 90% 이상이 기업 고객에서 창출되는데 수수료 수준은 외국계 은행의 절반에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차별화를 통한 수수료 증대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은행들은 핵심고객을 발굴해 이들에게는 금리 감면이나 수수료 면제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수익기여도가 낮은 일반 고객에는 적정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고객 차별화가 수수료 현실화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공동 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와 같이 과잉 설치된 ATM기를 공동 개발·운영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 노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현 국민은행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ATM기가 1대당 166만원 가량의 손실을 내고 있다"며 "수수료를 받아서 충당하는 부분이 60%고 나머지 40%는 적자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OTP 공동 사용으로 개별 은행이 필요 비용의 85% 가량을 절감했다"며 "각 은행 별로 소요되는 생체인증 ATM기 개발 비용과 ATM 운영 비용을 공동 개발·운영으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경쟁 심화가 개별 은행의 이익 수준만 좌우할 뿐 시장 파이가 확대되기는 힘든 만큼 해외 진출이나 해외 투자 운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개별 은행의 관점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것이 은행권 시장의 파이를 늘리기 보다는 마켓 셰어가 좌우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송금, 결제, 환전 등 금융 수요가 은행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실물 경제의 흐름, 고객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결국 은행권 전반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영웅 신한은행 IB본부장은 "2000년도 이후 가계 금융자산이 연평균 GDP 성장 속도의 두배인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자산을 운용할 투자수단은 많지 않다"며 "은행들의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유동성 차원에서 보면 국내은행의 달러화 보유 규모가 상당히 취약하다"며 "지난해 정부에서 외국환 평형기금을 동원해 국내 수출기업들을 지원해준 사례가 있듯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은행들의 글로벌 투자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