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정위 권고안 사실상 '절반만' 수용
삼성전자, 조정위 권고안 사실상 '절반만'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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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형 조정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제6차 조정회의'에 착석하고 있다.(사진=서울파이낸스DB)

보상 및 예방활동 위해 1000억원 기금 조성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조정권고안을 일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일 조정권고안의 두 축(築)인 1000억원 기부와 조정권고안 실행 주체로서 공익법인 설립 가운데 공익법인 설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정위가 권고한 사단법인을 설립하면 실제 보상까지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기금을 조성하면 법인 설립에 따르는 절차 없이 신속하게 보상을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 기금으로 조성될 1000억원은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 연구활동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보상 대상과 질병, 퇴직 후 발병 시기 역시 일부만 수용했다. 
 
보상 대상은 2011년 1월1일 이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와 LCD 생산 등 작업 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했다가 1996년 이후 퇴직한 직원으로 한정한다.

삼성전자는 "자사 반도체와 LCD 생산 등 작업 공정, 관련 시설에서 1년 이상 근무한 2011년 이전 입사자를 모두 보상해야 한다는 권고안에 따르면 40년 전에 퇴사한 이들까지 모두 포함돼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에 대한 권고도 일부만 받아들였다. 조정위는 권고안에서 7개 병종과 5개 질병군 등 12개 항목을 보상 대상으로 할 것을 제안했으나, 삼성전자는 유산·불임군은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권고안에 제시된 질병군 가운데 개념이 불분명하거나 광범위한 질환, 환경적 요인보다 유전적 소인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질병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퇴직 후 발병 시기에 대한 권고안도 절반만 받아들였다. 퇴직 시기 대신 업무 환경에 대한 최초 노출 시점을 기준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삼성전자는 "잠복기는 최종 노출 시점이 아니라 최초 노출 시점부터 질병이 발현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며 "학술 연구에서도 퇴직 시점이 아니라 취업 시점으로부터 진단 시점까지를 잠복기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위가 퇴직 후 14년 이내 발병시 보상하라고 권고한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 유방암, 뇌종양 등도 최대 10년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질병은 조정위가 명시한 12개 질병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2군 질병에 해당한다.

가족위와 반올림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조정위의 '셈 법'도 다소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세 협상 주체가 모이는 자리도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족위와 반올림 역시 조정위 권고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족위는 공익법인을 설립하면 보상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반올림은 조정위 권고안에 대해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은 필요하겠지만 대부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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