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레미콘 업계 '생존 위한 乙의 반란', 성공할까?
중소 레미콘 업계 '생존 위한 乙의 반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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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인수전 참여…"독과점 심화 막고, 시멘트값 낮추겠다"

▲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중소 레미콘 업계가 동양시멘트 인수를 꿈꾸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함 때문입니다. 구멍가게가 대형마트를 인수하려한다며 비웃는 이들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희망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서상무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중소 레미콘 업계가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독과점 시장인 시멘트업계 특성상 상위 업체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다면 중소 레미콘업계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다는 것이 중소 레미콘 업계 인수전 참여 이유다.

21일 레미콘업계는 전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소 레미콘 업체는 시멘트 업체의 가격 인상을 따르지 않으면 시멘트 공급이 끊겨 문을 닫아야 하는데다 1000여개 업체가 난립해 건설사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도 거절할 수 없는 샌드위치 신세"라며 "동양시멘트 인수 시도는 업계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시멘트 시장은 동양을 포함한 7개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 곳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상위 업체의 독과점이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 가운데 쌍용이 전체의 19.8%(865만톤)를 차지했고 한일·성신·동양·라파즈 한라·현대 등 5개사가 각각 10.0~13.6%, 아세아가 7.3%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상위 7개 시멘트사의 점유율은 모두 88.5%로 독과점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즉 이들 상위 업체 가운데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는 곳은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국내 시멘트 시장의 최대 수요자임에도 이런 독과점적 산업구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인상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시멘트 국내 출하량 4370만톤 가운데 87%인 3800만톤을 레미콘 업체들이 구매했고 이 중 중소 레미콘 업체가 62%인 2700만톤을 사간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셈이다.

그러나 매년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도 시멘트 업체들은 가격을 꾸준히 인상해 중소업체들을 압박했다며 반발했다. 대형건설사들 역시 시멘트 업체와의 가격 인하 협상이 어려워지면 중소 레미콘 업체에 부담을 떠넘겨 왔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시멘트 업체는 중소 레미콘 업체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유연탄 가격 인상, 전기료 인상, 유류비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며 "건설사 역시 시멘트사와 가격인하 협의가 어려워지면 시멘트 가격 인하를 레미콘 업계에 떠넘겨 레미콘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시멘트 마진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수익이 낮은 수출 비중을 줄여 내수용 시멘트를 활발하게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박정환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3~4년간 시멘트 가격이 50%가량 올랐지만 유연탄 가격 하락과 엔저로 시멘트 회사에 원가 하락 요인이 많다"며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 가동률을 높이고 적정 마진을 취해 업계에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 인수자금을 6000억에서 최대 1조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약 2000억원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중소기업계가 나머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배조웅 이사장은 "현재 인수대금을 3800억~45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871개 연합회 소속 중소 레미콘사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씩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모은 자금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중소 레미콘 업체 외에도 상당수 투자자들이 나서면서 자체적으로 평가한 인수대금은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2일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를 통해 동양시멘트의 입찰제안서를 접수한다. 24일께 심사결과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늦어도 내달 말까지는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는 한림건설을 비롯해 삼표-산은,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 글래우드-라파즈한라시멘트, 한국레미콘협동조합-위업인베스트먼트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으며 오는 22일 본입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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