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메가뱅크' 연내 출범…'소통 리더십' 통했다
하나+외환 '메가뱅크' 연내 출범…'소통 리더십'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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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예비인가 신청…자산규모 1위 대형은행 도약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하나금융이 국내 금융역사상 최대 규모의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한국판 '메가뱅크'로 거듭난다.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하나금융 경영진이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추진한지 무려 1년만에 얻은 값진 성과다. 결국 김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태 회장, 임기 내 최대과제 완수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늦어도 올 10월 출범 예정인 하나-외환 통합은행의 자산규모는 290조원으로, 단숨에 국내 금융권 1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하지만 통합추진 기간이 말해주듯 두 은행의 통합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년간 단계적 통합을 추진해온 하나금융은 번번이 '5년 독립경영'을 외쳐온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하나금융이 노사 합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막판 설득'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그간 노조는 "통합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지주회장 없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며 김 회장의 협상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김 회장은 외환은행장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했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목표하는 '9월 통합법인 출범'을 위해서는 이번주 내로 '끝장'을 봐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지면서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김 회장이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물밑 접촉 노력을 통해 성사됐다"며 "양행 통합을 통해 어려운 금융환경과 외환은행 경영 악화를 극복하자는 데 양측이 공감해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합병 이후 2년간 인사운용 체계를 출신은행별로 이원화하고, 교차발령은 당사자 합의를 통해 운영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직원 고용보장, 인위적인 구조조정 및 출신 차별 금지, 기존 임금과 복지후생 체계 유지 등의 항목도 합의됐다. 통합은행명에 'KEB' 혹은 '외환'을 포함한다는 사측의 제안도 그대로 포함됐다.

그간 사측이 거부해 온 '노조 유지 및 분리교섭권 인정'을 약속받은 것도 노조로서는 큰 수확이다. 또 하나금융은 그간 외환은행 노조가 요구했던 무기계약직(로즈텔러) 2000여명을 6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동의했다. 사측이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조가 요구하는 상당 부분을 수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골든타임 지날라" 직원들 불안도 영향

무엇보다도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논쟁으로 직원들의 피로감이 쌓일대로 쌓였다는 점도 영향도 줬다. 더욱이 통합 논의를 더 끌다가는 '골든타임'이 지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외환은행 노사 패널과 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직원이 중심이 되는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토론회에서 직원들은 경영진 뿐만 아니라 노조의 협상 태도에도 회의감을 드러냈다.

일부 직원들은 "사측에서 고용보장, KEB 정체성을 인정한다는데 조합은 신뢰 못하는 이유가 뭔가", "(5년 독립경영을 보장받고) 2년 이후에는 직원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할 건가" 등의 의문을 쏟아냈다. "조기통합을 원하는 직원도 있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직원도 있었다.

노조와의 대화에 진전이 없자 하나금융 경영진이 지난주부터 직접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겠다고 나선 것도 노조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부분이다. 이같은 경영진의 움직임에 노조는 직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직원들의 진심을 알기 위한 참고용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조합 간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모르며, 노조위원장이 갖고 있다"며 결과 공유를 꺼렸다.

물론 김 회장이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에서도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조의 태도가 '명분 없는 버티기'라는 비판을 받았다면, 사측의 태도는 '강압적'이라는 인상을 줬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특히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노사 합의 없이도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 경영진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노조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직원 900여명을 대상으로 징계를 예고한 사건도 있었다.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하던 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복안이었지만, 노조는 물론이고 시민단체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사측은 최종 징계 규모를 대폭 줄여 조합원 총 38명을 대상으로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다만 하나금융은 이번 합의 과정에서 이들 직원에 대한 징계도 철회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갈등상황은 지속됐지만 대화를 지속한 결과 누적됐던 불신을 씻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노사 신뢰 회복 중요…남은 숙제는?

1년간의 분투 끝에 극적으로 통합 절차를 밟게 되면서, 두 은행이 낼 '시너지'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쏠린다. 일단 통합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약 290조원으로 KB국민은행(282조원), 우리은행(279조원), 신한은행(261조원)을 앞서게 된다. 여기에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원, 지점수는 945개, 직원수는 1만5717명으로 확대된다.

▲통합 하나-외환은행 현황. 자료=하나금융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개인금융에 특화된 하나은행과 기업 및 외환금융에 강점을 가진 외환은행의 장점을 결합해 통합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시너지가 나타나려면 두 조직간의 화학적,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직원들과의 반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합 성공의 최종 단계일 것"이라며 "공들여 합병을 해놓고 이 (화학적 통합) 과정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역풍을 맞은 사례가 국내 은행권에서는 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하나금융이 최초 약속했던 '5년 독립경영' 조항을 지키지 않은 사측에 대한 일말의 불신이 남아 있는 상태다. 통합 과정에서 직원들의 신뢰를 되찾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진행한 'CEO 특강'에서 한 직원은 "조기통합, 로즈텔러 전환 등 처음 약속과 달라지는 것이 많아 직원들이 지주나 경영진을 잘 믿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약속이나 합의에 대해서도 또 바뀔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질문이 나오자 김 행장이 "너무 정곡을 찔렀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다.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는 향후 결정될 통합은행장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합은행장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지만, 지난 2월 김병호 하나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최종 인선 결과는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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