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8일 '기술금융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위원회가 기술금융을 질적으로 내실화하기 위해 '대출'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기술신용정보(TCB)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2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조성한다.
금융위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금융 10개월…25조8000억원 규모
금융위가 지난 한달 동안 기술신용대출 상위 8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기술신용대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4월까지 10개월간 총 3만9685건, 25조8000억원 상당의 기술신용대출 자금이 지원됐다. 금리는 3.65%로 일반 중기대출(4.10%)보다 0.46%p 낮았으며, 평균대출금액은 6억5000만원으로 일반 중기대출(2억1000만원)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전체 기술신용대출 25조8000억원 중 창업 7년 이내의 초기 기업에 공급된 대출의 비중은 24%(6조2000억원), 무담보로 빌려준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은 26%((6조8000억원)를 차지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대출과 신용대출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TCB평가를 받은 건수의 43%는 TCB등급이 신용등급보다 상승했다. 또 지난 4월 기술신용대출 이용 기업(400개)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82%가 매우 만족(36%) 또는 만족(46%)한다고 답했고, 96%는 재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기술신용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기술력 반영 미흡 △현장 불만 △평가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은행과 TCB의 인력과 조직이 확충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더욱이 기술금융이 과거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당국이 적극적인 역량 확충에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이 일정 궤도에 오름에 따라 기술신용대출의 질적 효과를 더욱 제고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양적 평가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며 "정성평가 등 질적 평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에 초점
우선 금융위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신용(TCB) 평가 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기술력에 기반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TCB 평가는 대출 중심이었지만, 투자형 모델은 성장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벤처캐피탈이 투자형 TCB 평가서를 활용할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용을 일부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투자형 기술형 투자펀드도 연내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가치를 TCB 결과를 토대로 평가해 투자하는 펀드로, 참여 은행은 기술금융 혁신성 평가에서 유리해진다. 우수 지적재산권(IP)을 발굴해 투자하고, 기업 부실이 발생하면 매입하는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형 IP 투자펀드도 운영된다.
또한 금융위는 직접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채권담보부채권(P-CBO)을 발행할 때 기업평가 과정에서 TCB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수 TCB 평가 기업은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 상장 시에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담보대출과 기존 기업 위주였던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신용대출과 신생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도 늘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의 확대 과정에서 기술신용대출 지원 기업 중 절반 이상이 기존 거래기업이고, 은행의 담보 요구가 여전해 이른바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형식적인 심사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기존 거래기업에 대한 대환, 만기연장 등은 개별 은행의 평가실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위는 기술금융 대출 평가 과정에서 신용대출 평가 비중을 늘리고, 우수기술 평가 기업이나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 실적에는 가점을 주기로 했다. 기존 거래기업의 경우 TCB 평가를 거쳐 증가한 대출액에 대해서만 기술금융 실적에 포함한다. 또 기술금융 평가 과정에서 양적 평가는 40%에서 30%로 줄이고, 정성평가는 25%에서 30%로 늘릴 예정이다.
일반 중기대출에 TCB 평가절차가 추가되면 대출 소요기간이 늘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기술신용평가를 신청하면 은행 요청에 따라 15일 이내에 평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지난 4월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연체율은 은행별로 0.02~0.03% 수준이지만, 기술신용대출 규모 확대에 따른 부실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에도 힘쓰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내달 중으로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을 만들어 은행의 자체 기술신용평가 역량을 높이고 기술신용평가사 전문자격증을 새롭게 만든다. 자체 TCB 평가를 통해 기술금융을 내재화하고, 외부 TCB 평가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도 TCB로 대출할 수 있게 되며, 정부 조달이나 연구·개발(R&D)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TCB 평가결과를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내년부터 은행권 혁신성 평가와 기술신용 평가를 별도로 분리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간 경쟁 완화로 기술신용대출은 연간 20조원 수준의 신규 공급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행 5년차인 2018년에는 국내 중소법인 대출의 1/3 수준인 약 100조원이 기술금융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