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배구조 '기대반 우려반'…주총서도 화두
KB금융 지배구조 '기대반 우려반'…주총서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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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승계구도 미완성·사장 선임 지연 '우려'
윤종규 "투명성·객관성 노력…서두르지 않겠다"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전원 교체, CEO 승계 프로그램을 비롯한 KB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지주 이사회가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금융권 안팎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확고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7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KB금융 주총에서는 △1주당 780원(보통주 기준) 배당 △지배구조 개선안 △사외이사 7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4명 선임 △이사 연간 보수한도 25억원 승인 등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는 주요 안건인 지배구조 개선안과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둘러싸고 일부 주주들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 주주는 "사외이사 후보자들을 검토해본 결과 기본적으로 주주의 대표성과 다양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며 "7분의 사외이사 가운데 3명이 주주의 제안에 의해 선임되신 대표성있는 분들이며, 후보군 구성 단계에서부터 각계각층의 전문 분야별로 진행됐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손경욱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도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이런 모습이 KB금융의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다만 손 조합장은 "노조와 함께 실시한 후보 적격성 평가에서는 두분의 사외이사가 다소 미흡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새로 출발하는 이사회를 통해 KB가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길 바라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이사진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당초 계획했던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떠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B금융 이사회는 현직 CEO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계획했지만, '이너서클', '배타적 승계구조' 등의 비판이 외부에서 제기되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한 바 있다.

이날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이사회의 주주 대표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이런 성과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다행스럽다"면서도 "지난해 발생한 불행한 사태로 비롯한 여러가지 고민들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 CEO 승계프로그램인데, 이를 추진한 전임 이사회가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고 새 이사회에게 막중한 책임을 넘겼다"며 "현 CEO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 때 연임 우선권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 이슈를 규정화하는 데 전임 이사들이 합의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정치권 외압 논란'이 있었던 사장직이 아직 신설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윤종규 회장이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업무 부담이 생기는 걸 감안하면 사장직을 신설해야 하고, 회사 측도 이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총 이후에 사장직 인선이 이뤄지고, 그 과정이 비공개된다면 의미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윤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많은 노력을 했고 (전임) 사외이사들이 도와줘서 진보를 이뤘지만, 갈 길이 여전히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임 우선권'을 보류한 배경에 대해 "이사회가 논의 과정에서 상당 부분 의견을 모았지만, CEO 승계프로그램을 실제로 실행할 분들은 새로 구성되는 이사진들이기 때문에 신임 이사들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새 사외이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경영 안정성 확보를 위한 CEO 승계프로그램을 확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장직 신설과 관련해서는 "전혀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좋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모실 생각이다. 당분간은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장을 선임하면 이사회 동의를 거쳐 사내이사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사내이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CEO와 사내이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사외이사 7분을 어렵게 모셨는데, 사외이사 평가 제도에 의해 이 가운데 2명은 재선임이 안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KB금융의 예외적인 상황을 감독당국에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KB금융을 둘러싼 좋지 않은 소식들로 걱정과 심려가 크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프로세스를 현장과 영업 중심으로 바꾸고, 고객 신뢰 회복, 그룹 성장 동력 확충에 힘써 리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 7명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은 최영휘 사외이사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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