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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7개월이 지난 얘기가 됐지만 2004년 12월 26일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구의 운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흘러다녔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과학 집단 가운데 하나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실제로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 계산의 결과 2004년 말 지진이 지구에 미친 여러 영향 가운데 하루의 길이가 0.3마이크로 초 줄어들었고 북극은 동경 145도 방향으로 약 1인치 옮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루의 길이가 짧아진다는 얘기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다는 얘기다. 그렇다 해서 하루가 0.3마이크로 초 줄었으니 우리가 더 어지러워 할 만큼 빨라진 것도 아니다.

북극이 움직였다는 1인치도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2.5Cm.  지구 전체 크기에 비하면 거의 실감도 나지 않는 길이다. 더구나 그 지진은 지난 100년간 발생한 지진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지진이었다니 상시적으로 발생할 일도 아니다.

물론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당장 코앞의 일만 바라보며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얼핏 쫀쫀해 보이는 계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같은 범인들에 비해 더 넓은 세계, 더 긴 시간 주기를 머릿속에 담고 사는 그 곳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수만 명에 달한다는 그들 NASA 연구원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전체적인 프로젝트 구도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세분화된 업무 가운데 극히 작은 한 부분만 붙들고 몇 년씩 씨름하곤 한단다.  NASA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그 많은 연구원들 하나하나는 세계적으로 매우 뛰어난 과학자 혹은 공학자이거나 기술자들이다.
 
그러나 워낙 조직이 방대하다보니 개개인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들이란 대개는 참으로 하찮아 보이는 일들이기 십상이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을 이끌며 상업위성을 연달아 궤도에 올려놓고 있는 한 분은 NASA에서 5년 남짓 일하는 동안 내내 우주선의 조종석 옆 창을 한쪽으로 하는 게 좋은지 두쪽으로 하는 게 좋은지만 연구하다 말았다고 학생들에게 털어놨다고 한다.

큰 조직에서 일하는 개개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그처럼 지엽말단적인 일에만 매몰되어 전체적 구도를 바라보기 어렵다. 일의 진행과 관련해서도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모른 채 자기 맡은 부분에만 매달려 있기 쉽다.

그래서 대기업 출신들이 조기퇴직이라도 할라치면 나와서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중소기업 출신들보다 더 철저한 준비학습을 해야 한다고들 한다. 일의 전 과정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중소기업 출신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출신들은 회사 브랜드라는 백그라운드 없이 직접 세상과 부딪치며 매우 전투적인 체험을 하는 데 비해 대기업 출신들은 회사 파워에 얹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일을 처리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직의 힘을 업고 일하던 사람들이 그 직장을 벗어나면 비로소 높디높은 사회적 장벽을 실감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물론 대기업 출신들이 중소기업 출신들보다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법률적인 문제 등에서 더 섬세하게 일 처리하는 법을 익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의 전 과정을 한 단위로 삼아 배우는 중소기업 사원들과 한 부분의 전문가가 되기를 요구받는 대기업 사원들의 리더십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샐러리맨들에게 있어서 대기업은 분명 좋은 직장이다. 근무환경, 복지수준 등에서 중소기업에 비하면 월등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상이 봐주는 시선에서도 차이가 난다. 스스로도 매우 유능한 인재인 듯 여겨진다.
 
그러나 그 직장을 떠나는 순간 얼마나 많은 거품 속에 있었는지를 곧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누려온 혜택들이 자칫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늘 아래 완전함은 없는 법이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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