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 제2울산공장 수주 놓고 '자존심 대결'
대형건설사들, 제2울산공장 수주 놓고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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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석유화학공장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4조원대에 이르는 에쓰오일 제2정유·석유화학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놓고 수주전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근래 국내에서 발주된 단일 플랜트 공사 중 최대 규모인데다가 해외 시공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주요 건설사들이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에쓰오일이 발주한 울산 온산공단 제2정유·석유화학 공장 건설 사업에 플랜트 공사에 강점이 있는 대형건설사들이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대형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분을 인수한 후 처음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울산 온산공단 석유공사 부지에 2017년까지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공장을 짓는 것이다.

RUC는 정제과정을 거쳐 원유에서 가스·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값싼 기름을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설이고, ODC는 고도화 설비를 통해 건축·생활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올레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최근 이 프로젝트를 3개 공구로 나눠 발주해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한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등이 입찰차가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은 일본의 유력 엔지니어링회사인 도요(Toyo)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총 사업비는 건설사의 응찰액과 계약방식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업계에서는 1공구의 경우 2조5000억원, 2공구 1조원, 3공구 5000억원 등 총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규모면에서 여타 프로젝트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서 민간 정유사가 발주한 단일 플랜트 공사 가운데 공사비가 4조~5조원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며 "민간이 발주한 국내 SOC 시설 중 근래 최대 규모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형건설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대형 정유 플랜트 공사가 주로 중동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해외사업이 대부분인 반면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해외 산유국의 대형 프로젝트와 맞먹으면서도 국내에서 공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최근 사우디, UAE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로 해외공사 수주에 보수적으로 돌아선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공사는 발주국가의 일방적인 정책 변화와 인력 조달 문제, 하도급업체 생산성 저하에 따른 공기 지연 등으로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손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공사는 숙련된 국내 기술자들을 투입할 수 있고 자재·부품 조달도 원활해 훨씬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우디의 경우 지난해 건설현장에 자국민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현지화 정책을 펴는 바람에 인건비가 폭등해 공사에 참여한 국내 건설사들이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사우디에서 경험한 아람코의 발주방식을 분석하면서 입찰금액이나 설계, 기술력 등에서 상대방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아람코와 에쓰오일 측은 내달 기술제안 설명과 최종 입찰을 거쳐 늦어도 4월 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입찰 중인 신고리5·6호기가 올해 발주될 공공공사 가운데 최대어라면, 에쓰오일 제2울산공장은 민간 발주공사 가운데 최대어"라며 "가장 규모가 큰 1공구를 따낸다면 올해 국내 공사 수주는 쉽게 가져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국내시장이 불투명해 위험을 감수하고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수주는 호재"라며 "올해 집중하는 주택사업과 함께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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