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 빚 권하는 정부
얼어붙은 소비, 빚 권하는 정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는 정도로만 보자면 웬만한 중산층이라면 백화점 가본 지 까마득하게 오래 됐다는 얘기들이 흔히 들리고 대형마트에서의 소비 횟수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규모도 갈수록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들 대형 유통업체들의 실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요즘 각종 대형유통업체들의 치열한 판촉 노력을 보자면 형편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중산층들이 그렇다면 그 아래 계층의 삶은 당연히 훨씬 더 팍팍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현관마다 유통업체 판촉물들이 쌓이지만 어지간해서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게 서민들의 요즘 형편이다.

핸드폰 문자로는 언젠가 한 번 들렸음직한 매장들이 보내오는 각종 홍보성 문자들이 끊이지 않고 채워진다. 물론 인터넷 메일로는 어떻게 메일주소를 확보했는지 의심스러운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업체들의 광고 메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일일이 지우는 일조차 성가실 정도로.

소비심리가 바짝 얼어붙은 시절을 맞아 저마다 살아남으려는 고육지책이겠으나 적은 지출에도 여러 번 망설이기를 거듭해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짓궂은 도발처럼 여겨질 뿐이다. 앞으로의 삶에 희망적 기대가 줄어드는 서민들로서는 그저 짜증스러운 건드림이다.

이런 소비심리의 결빙현상은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로도 확인됐다. 세월호 사고 직후보다 소비심리가 더 위축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의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 원인을 세월호 참사에 떠넘겨 일시적으로 국민적 판단 마비를 불러온 정부는 이제 그때보다 더 얼어붙어버린 소비심리를 두고 또 어떤 구실을 갖다 붙이려나 모르겠다. 자꾸 구실을 붙이려는 회피심리를 이해는 하지만 그런 정부 태도로는 다가오는 경기 한파를 이겨낼 수 없잖은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부추기겠다고 부동산대책도 꽤 파격적으로 내놓았지만 가계부채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형편에 부동산 시장에 눈 돌릴 실수요층 형성이 그리 호락호락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는지 궁금하다. 이런 판국이니 더 이상 시장성을 기대하기 힘든 부동산에 돈 가진 부유층들인들 과연 쉽게 달려들 수 있겠는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어야 할 것 같은데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극복해보려는 정부의 일련의 정책들을 보자면 근본적인 원인분석에서부터 현상 접근 태도의 문제까지 총체적인 판단력의 결여가 드러나 보여 걱정스럽다. 물론 현재 세계 자본주의의 추세를 보자면 비단 한국 정부만 그런 문제를 보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이끌어온 미국적 자본주의에는 패권주의의 칼날이 숨겨져 있다. 어떤 경제체제라도 원시자립형 경제가 아닌 바에야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분리될 가능성은 없지만 미국적 자본주의는 그 외피로서 문화, 종교 거기 더해 박애라는 요소까지 곁들임으로써 상대방들을 쉽게 무장해제시키거나 설사 그런 위험을 눈치 챈 국가라 하더라도 어설프게 경계하고 나서기 어렵게 해왔다.

이제 그런 미국적 자본주의는 세계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서서히 내려놓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세계 도처에 투자된 미국적 자본들로 인해 단시일 내에 그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변화의 물결은 때로 갑작스러운 급류를 형성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니 자본주의 체제가 쉬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전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적 자본주의의 틀에는 어떤 변화라도 오지 않겠는가. 자본주의체제가 어떤 형태로 온존하든 혹은 비관적 경제학자들의 예상대로 몰락하든 이미 사방팔방 열려버린 세계의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있을 테고 인류 문명이 일시에 멸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바탕 위에서 역사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며 생존해 나갈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정부는 그런 급변 시대에 대비할 시스템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그저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서민들처럼 우리 정부도 그렇게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라면 참으로 암담한 전망만 남게 된다.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고 전 국민을 빚더미 위에 올려놓는 따위의 투기 정책이나 내놓는 정부에 기대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길 수는 없는데 이미 우리 국민들의 손에서 탄생한 정부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요구해 나가야 할 것인가. 나라의 주인으로서 국민 모두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